이름처럼 스스로(自) 따뜻(温)해질 마을
충남 부여.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엄마손에 이끌려 역사탐방 가족여행을 다녀온 게 마지막이었어요. 충청도는 그저 경상도나 전라도를 가기 위해 지나치거나 천안, 대전, 청주, 제천 등에 볼일이 있을 때 후다닥 다녀오곤했지요.
이번엔 오롯이 부여에만 머물다 왔어요. 아는 이는 서울에서부터 함께한 친한 언니 한 명 뿐이었고 나머지 일행은 모두 초면. 현지에는 부여 자온길 프로젝트의 박경아 대표님 (@kyungah81)을 비롯한 활동가 분들과 호스트 두 분(@hayden_bam, @chrong.c)이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리고 하룻밤을 함께할 모르는 동반자들이 속속 전국각지에서 도착합니다.
‘하룻밤을 함께할 모르는 동반자’
이 말이 영 이상하시죠? 제게도 나름 모험이었어요. ‘라이프 쉐어링(@life.share.community)’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거였거든요.
공식일정이 시작되는 3시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도보로 부여 시내를 둘러봤어요. 저나 언니나 오르막을 싫어하기 때문에 ‘부소산성’, ‘낙화암’처럼 이름에서부터 오르막 냄새가 나는 곳은 요리조리 피했지요.
우리가 선택한 행선지는 ‘궁남지’라는 연못.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다시 시내로 돌아와 픽업장소 근처의 5일장과 부여 중앙시장(상설시장)을 두루두루 둘러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이때 체력이 고갈되었어요. 차량이동 자체를 힘들어하는데다가 1박 짐을 들고 2시간 가까이 걸어다녔으니. 그저 픽업차량에 몸을 맡기고 ‘앞으로는 보너스다~’하는 마음으로 이동합니다.
80년된 담배가게 건물을 잘 고치고 다듬은 ‘책방 세간’은 마치 마을의 사랑방 같았어요. 저희말고도 여기저기서 구경하러 오는 분들이 많았고, 오가며 자꾸 지나게되는 길목이었거든요. 더구나 하루여행의 출발점이자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다보니 그 어느 곳보다 정이 갔어요.
오후의 묵직한 햇살이 뒤뜰로 들어왔어요. 따끈한 온돌에 고운 방석을 깔고 앉아 아이스 초코라떼와 자몽차와 레몬에이드로 당을 보충했지요.
각자의 소개와 더불어 부여 자온길 프로젝트의 우두머리(!) 박경아 대표님이 마을안내를 해주셨어요. 도시재생이란 말이 요즘은 흔해졌지만,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박근혜 정부’ 때는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 같아요. 게다가 세금에 기대지 않고 꾸려가신다니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겠구나 희망적이면서 놀라웠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둑해지려고하네요. 더 추워지기 전에 근처의 무량사에 다녀옵니다.
해질 녘, 늦가을의 산사를 오롯이 저희끼리만 거닐었더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더군요. 일하느라 미처 즐기지 못했던 단풍도 실컷 구경하고요.
자온길로 돌아와 풍성하게 나눈 저녁식사와 (드디어) 라이프쉐어링, 그리고 다음날 오전의 흥미로운 일정은 새로 묶어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