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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언니 Sep 06. 2024

'엄마표'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요?

‘친절한 어른들 표’ 육아대화

육아를 하다 보면 '엄마표'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만납니다. 영어, 한글, 수학, 미술, 과학은 물론이고 책육아와 언어치료까지 정말 만능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각종 자격증과 교구는 또 어떻고요. 좋은 엄마가 되려면 배울 것도 살 것도 참 많아 보입니다.


비폭력육아를 나누면서 이조차 엄마의 어깨에 또 다른 짐을 지우는 게 아닌가 염려됩니다. 생애초기에 아이와 상당 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람이 엄마인 것은 맞습니다만 상호작용이 오롯이 엄마 만의 몫이라 생각하면 숨이 갑갑해집니다.

엄마의 말에 대한 수많은 책들

해외로 눈을 돌려볼까요?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생애초기 언어환경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합니다. 각 가정에만 맡겼을 경우를 우려하죠. 이 브런치북의 세 번째 글에서 데이나 서스킨드 교수의 책, '삼천만 단어(Thirty Million Words)'를 소개했는데요. 그는 양육자에 따라 생후 삼 년 간 아이에게 노출되는 단어의 수가 3000만 단어까지 차이가 나며,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생애초기 언어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밝히고 있는데요. 국내에는 사회적 노력보다는 ‘생애초기 언어환경에 대한 중요성’만 강조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번역본의 제목이 '부모의 말, 아이의 뇌'입니다. 부모가 말을 잘해줘야, 아이의 뇌가 잘 발달한다고 양육자 개인의 책임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모양새죠.


데이나 서스킨드 교수는 후속 책 '부모 국가 : 모든 어린이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사회의 안정을 달성하는 (Parent Nation: Unlocking Every Child's Potential, Fulfilling Society's Promise)'을 통해 국가의 역할을 더욱 강조합니다. 이 책이 미국에선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과연 한국에서 번역될지, 된다면 어떤 제목으로 될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사랑받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책


개인, 그중에서도 ‘엄마’에게 모든 짐을 지우는 방식의 육아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하물며 대화와 관계는 엄마 혼자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외출하면 노키즈존을 검색해 걸러야 하고, 온라인에선 각종 폭력적인 콘텐츠가 제한 없이 유통되는 사회에서 ‘엄마 혼자 예쁜 말’하려고 노력하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비폭력육아‘는 엄마표가 아닌, 겹겹이 둘러싼 ‘친절한 어른’들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합니다. 앞선 글들에서 언급한 안전, 발달에 대한 이해, 반응, 존중 그리고 순수한 호기심이 아이 주변의 모든 어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아이가 나중에 내 연금을 내 줄 계좌가 아니라 그저 존재 자체로 소중하게 여겨져야 합니다.

나아가 양육자가 스스로를 돌보고 공감할 수 있게 서로 도와야 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느낌과 욕구를 잘 아는 사람만이 타인에게도 연결과 평화의 말을 건넬 수 있으니까요.


육아대화만큼은 엄마표를 붙이지 말기로 해요. 부디 내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친절한 어른 표’ 육아대화를 건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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