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마음에 들어가 봅시다.
안 돼!!!
육아 중에 무심코 튀어나오는 말로, 빈도를 따져보자면 아마 1등이 아닐까 싶어요. '아니 아니', '하지 마', '아니야~', '위험해' 등이 사촌뻘 '금지'어지요. 실제로 아이를 돌보다 보면 '안 돼'라고 해야 할 상황이 종종 벌어집니다. 저희가 훈육의 기준으로 삼는 아이의 안전과 건강 타인과의 질서와 규칙만 지킬래도 수없는 '안 돼'가 필요해요.
간혹, 이렇게 '안 돼'라는 좌절의 말을 들려주는 게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가 될 까봐하지 못하는 양육자도 있습니다만. 그 오해에 대해서 오늘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고요. ('비폭력대화'에 대한 흔한 오해 때문에 덧붙이자면, 안 된다는 것을 안 된다고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더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존중한다면 '안 돼' 뒤에 꼭 덧붙여야 하는 질문과 대화가 이번 비폭력육아의 주제입니다.
1. 이유 : 왜 안 되는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데, 아직 세상을 배우는 아이 입장에서는 이게 왜 안 되는지 여전히 의문일 수 있어요.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 아이에게도 당연하기 위해선 수없이 설명을 반복해야 합니다.
애써 말해줬는데 아이가 '그러니까 왜 안 된다는 거냐고요?'라며 눈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지 않던가요? 아이가 아직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시기인데 '이게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이야.'처럼 타인이나 사회적 맥락에서 설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보다는 아이 입장에서 왜 필요한 것인지 알려 주세요.
너의 안전을 위해서야.
너한테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야.
네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야.
물론 이렇게 말해준다고 단번에 '아! 그렇구나!'하고 이해하는 아이는 없지요. 비슷한 상황에서 거듭거듭 말해주어야 합니다. 그 경험이 쌓여 체득되면 아이가 먼저 말합니다. '엄마, 이제 알아요. 그만 말해줘도 돼요.'라고요.
이유는 그래도 많은 양육자가 틈틈이 물어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아이 입장에선 이게 또 궁금합니다.
그래, 안 된다는 거 알겠어. 왜 안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근데 그럼 어쩌라는 거야? 어른들은 맨날 안 된다고만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왜 안 가르쳐주는 거야?
2. 대안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만약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금지했다면, 바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주세요. 이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아래와 같은데, 전혀 구체적이지 않아서 실은 별 도움이 안 된답니다.
똑바로
예의 바르게
착하게
제대로
예쁘게
씩씩하게
회사에서 부장님이, '보고서 좀 똑바로 써 오게!'라면서 성질을 내신다면요? 무척 위축되고 눈치 보이는 한편, '똑바로' 어떻게 고치라는 건지 답답하겠지요. 많은 순간 우리 아이들이 비슷한 심정일 겁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입사한 지 며칠 안된 완전 초짜 신입사원 아닌가요?
육아 중에 자주 쓰는 단어지만, 역시 구체적이지 않아요.
깨끗하게
빨리
얼른
천천히
그럼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라는 걸까요? 누가 들어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부탁이 좋습니다. 가령 등원준비 중이라면요. '늦었으니까 빨리 준비해. 옷 얼른 입어.'보다는 '우리 10분 뒤에 나갈 거야. 일단 뭐부터 할래? 그래 좋아. 옷. 바지에 다리 넣고...' 이렇게 시간과, 당장 해야 하는 행동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만의 이야길까요? 누구나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부탁을 받았을 때 더 흔쾌히 반응합니다. 똑바로, 착하고, 깨끗하고, 빠른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이렇게 부탁하기 위해선 더 정성 들여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 배움과 성장은 양육자가 이렇게 존중하고 배려할 때 일어납니다.
양육자가 왜인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앞뒤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데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요? 당연한 것 아닐까요? 납득도 안 되고, 대신할 방법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더 무섭게 큰 소리로 말하면 아이가 멈춥니다. 하지만 그건 배운 게 아니에요. 자극에 놀라 얼어붙은 거지요. 심지어 그런 자극들은 아이의 뇌에 트라우마로 남기도 합니다.
아이가 좀 더 자라면 방법에 대해 양육자 혼자 고민해서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아이에게 묻고 함께 고민해 보세요. 앞서 말한 이유(=욕구)가 납득이 된다면, 아이들은 정말 기상천외한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그럼 실제 육아 상황으로 연습해 볼게요.
소파 위에 올라가면 안 돼
+ 네가 안전하기 위해서야
+ 대신 아빠 다리에 올라와~ / 대신 트램펄린에서 뛸까?
코 옷에다 문지르지 마
+ 다 같이 깨끗하게 지내기 위해서야
+ 휴지에 닦고 버려 줘
혹시 또 다른 금지 상황이 있나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같이 연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