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책생활 돌아보기

엑셀 삽질도 나를 위해 하니까 재밌네

by 이진희

연말이면 그 해 읽은 책들을 정리합니다. 그래봐야 책목록을 추리는 정도였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게 해 보았어요. 김진영의 '헬로 데이터 과학'이란 책을 읽고 '스몰데이터'를 갖고 노는 재미(feat.노가다)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저는 문과생에, 일할 때도 엑셀을 쓸 일이 거의 없어요. 이번에 'countif'라는 함수를 발견하고 '우와~ 이런 게 있다니!'를 연발했답니다. (일상에서는 하나하나 세어서 적어두었다가 합이 안 맞아서 다시 세곤...)

고수님들이 보기엔 귀여운 수준일테니 혹 데이터 수집과 정리에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1. 데이터 수집

책은 빌리거나 사서 읽지요. 주로 회사와 지자체 도서관에서 빌리고, 구매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본 후에 교보/yes24를 통합니다. 그래서 아래 리스트를 취합하면 얼추 올해 읽은 책이 추려져요.

1) 회사 도서관 대출 리스트

2) 지자체 도서관 대출 리스트

3) 교보문고 구매 리스트

4) yes24 구매 리스트

여기에 선물받은 책을 추가합니다. 작년부터 중고서점과 소규모 편집서점의 오프라인 구매를 추가했어요. 카드명세서와 책장을 더듬어가며 보충했습니다.


2. 데이터 정리

데이터를 다양한 곳에서 수집하는만큼 형태를 정리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가령 회사도서관은 리스트를 엑셀로 제공해주지만 제목과 저자가 묶여있어서 분리해 주어야 합니다. 각 온라인 서점에서는 엑셀형태로 다운받을 수 없으니 드래그하거나 직접 입력하는 노가다를 했어요. 그나마 교보는 1년치를 한꺼번에 제공해주는데 yes24는 4개월 단위로 끊어서 제공해주어서 힘들었습니다.


카테고리는 원래 교보문고의 구분을 따랐지만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책의 형식이나 장르보다는 ‘소재’에 가까워서 제 나름의 구분을 만들었어요. '책을 통해 답을 찾고 싶었던 문제는 무엇이었지?'가 궁금하니까요. 카테고리가 정리되고 매해 쌓여야 유의미할텐데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고 형식/장르와 소재로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면 지칠 것 같고요.


외국저자의 경우 '이름 성' 순서로 할 지, '성, 이름'순서로 할지 정해서 통일했고요.(이것도 한국/일본/해외 정도로 항목을 세분화하고 싶었는데 이번엔 포기) '방법'이 '대여'일 경우 가격을 '0'으로, 구매한 책들은 각각의 가격을 입력했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아래와 같은 결과(하략)가 나왔습니다.


3. 데이터 분석(이랄 것은 없고, 이모저모 살펴보기)

작년에 읽은 책 : 165권

한 해 책을 사는데 든 돈 : 100만원 안팎

대여/구매 비율 : 65 vs. 35
책의 형태에 따라 구매와 대여의 비율이 확연하게 달랐어요. 과학/자기계발 분야 책은 주로 빌려 보고, 에세이나 대화/심리 등 오래 두고 다시 보고 싶은 책은 구매하고요.

구매처
금액을 반영한 구매처는 아래와 같아요. 교보문고가 절반을 넘는데 그 중에서도 단순온라인 구매는 거의 없고, '바로드림'의 비율이 높아요. 기사나 후기만 보고 샀다가 실패(?)한 경험이 쌓여서 저는 꼭 직접 살펴보고 사거든요. 예전엔 서점에서 보고 인터넷에 주문한 후에 배송을 기다렸다면 '바로드림'은 직접 본 후에 인터넷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경제적이고, 배송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점점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중고서점과 편집서점의 비율이 올해 눈에 띄게 늘어났네요. 신간이 아닌 책은 중고서점에서 알뜰하게 사고, 편집서점에서는 취향에 맞는 책을 (정가여도) 그때 그때 바로 사요.

교보와 YES24의 구매패턴에서 재미있는 점이 보였어요. 총 구매액은 교보가 2배인데 구매횟수는 YES24가 더 많아요. 교보문고는 몇권씩 몰아서 사는 반면 YES24는 매달 1~2권씩이라도 꾸준히 산다는 이야기.

왜일까 생각해보니 '월간YES24'가 범인! 그 잡지를 읽고 싶어서 사고 싶은 책의 한두 권은 남겨뒀다가 매달 YES24를 통해 구매했던 거죠. 월간YES24 자체로도 읽을 거리가 풍성하고, 읽어볼만한 책을 여러 권 추릴 수 있어서요.


장르
제일 궁금했던 장르! 구체적인 소재를 알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세분화해서 3~4권만 되면 한 카테고리로 만들었어요. 그러고나니 '시/에세이'는 극히 개인적이거나 문학적인 책, '인문/사회/트렌드'에는 미술, 종교, 지리, 외교, 정치, 한국사회분석, 기본소득 등의 다양한 소재의 한두권만 남았어요.


올해 제일 많이 고민한 것은 '대화/심리'였네요. 팟캐스트 <대화만점>을 만들면서 더 잘 알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싶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은 브런치로도 여러분과 나눈 적이 있어요.

건축/인테리어 책을 많이 봤는데 아무래도 집을 짓고 있기 때문이겠죠. 재작년엔 평면설계 관련된 책을 많이 봤다면 올해는 평면설계를 어느 정도 마친 후, 수납-조명-조경-창호와 소재 같은 디테일을 고민했기 때문에 같은 건축/인테리어 안에서도 경향이 달라진 걸 볼 수 있었어요.

소설은 월에 1권 정도 읽었고 신간과 오래된 책의 비율이 비슷하네요. 과학은 데이터나 진화심리학처럼 관심있는 분야의 신간들이에요. 작년에 비해 음악/미술 같은 순수예술에 관한 책이 상대적으로 줄고, 재테크(이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나 육아, 업무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한 해 였어요. 미니멀리즘이나 글쓰기, 여성분야도 카테고리를 분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분석하는 지난한 삽질도, 나 자신에 대해 하니까 재미있네요. 막연하게 추측했던 관심사가 한눈에 보이고요. 아주 기본적인 엑셀함수를 썼지만 저만의 데이터를 뽑고 살펴보는 좋은 기회였어요.


기억에 남는 책들은 다음 글에서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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