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지 않아도 돼요. 공감은 동의가 아니니까요.
비폭력대화를 연습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상대방의 결정이나 행동에 동의가 안 될 때, 어떻게 '당신이 옳다'고 공감하냐는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상담실에 한 학생이 찾아와 가출하겠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너무 짜증 나고 견디기 힘들다고요. 여러분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공감해 주시겠어요? '당신이 옳다'는 말이 마치 '그래그래. 가출을 하렴'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꺼려지진 않나요? 상대의 결정이 '이별통보'나 '자살충동'처럼 위태로운 내용이라면 염려는 더욱 커지지요.
'당신이 옳다'는 말은 상대방의 결정, 즉 수단과 방법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할 만큼 괴롭고 힘든 상대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지요. 그 학생이 결론을 내리고 확신에 차 있다면 이미 실행에 옮겼겠지요. 그전에 당신에게 털어놓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고민 중이라는 뜻입니다.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대부분 '정말 그러고 싶다'기보다 '그런 생각이 들만큼 절박한 본인을 이해해달라'는 비극적 외침일 때가 많고요.
친구의 연애상담을 떠올려볼까요? 친구가 애인과 이러저러해서 싸웠고, 계속 만나야 할지 고민이라고 가정해보죠. 우리는 애인의 잘못을 지적할 수도 있고, 내 친구의 잘못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친구가 욕심을 부렸다거나 표현을 제대로 안 하고 알아주기만 바라고 있다거나... 남의 연애에서 뭐가 문제인지는 5분만에 보이니까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친구의 말에 동의(헤어져라, 마라)해주면 공감일까요? 상대의 결정에 동의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헤어져~ 헤어져~ 그 사람은 진짜 아닌 것 같아!'라고 했을 때 친구가 오히려 섭섭해하면서 '아니,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라고 해서 '아니 얘가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차라리 나한테 묻질 말던가!’하며 짜증난 적은 없나요?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주거나 상대방의 말에 무조건 동의해주는 게 '공감'이라 잘못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는 우리로부터 답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 상태가 답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답은 당사자 본인이 알고 있습니다. 그 답을 실행에 옮기는 것도 고민 당사자의 결정이자 의지이고요.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당사자가 답을 찾고, 그 답을 실행에 옮길 원동력을 북돋워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상대의 느낌과 욕구를 물어보고 함께 머물러주면 됩니다. 이때, 상대가 꺼내놓은 선택지에 우리가 동의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그저 갈팡질팡하며 떠오른 생각일 때가 많으니까요. (아무말대잔치)
연애 고민 중인 친구에게 돌아가 볼까요? 계속 만나야 할지 고민인 친구에게 느낌을 물어봐 주세요.
애인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그렇게 말했을 때) 너는 어떤 기분이 들었어?
친구가 느낌이 아닌 판단, 평가를 늘어놓는다면 머리에서 몸으로, 생각에서 느낌으로 주의를 환기시켜주세요.
'그런 생각이 들만큼 ~했나 보구나'라고요.
느낌을 충분히 찾은 후엔 그 느낌의 뿌리를 함께 찾아보세요. 어떤 욕구가 충족되었기에 혹은 충족되지 않았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그렇게 찾은 욕구가 친구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세요.
이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 처음 꺼내놓은 수단과 방법(헤어질지 말지)에 대해 친구 자신이 답을 찾을 거예요. 혹은 질문 자체를 달리하게 되지요. 우리가 동의하는지 않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정말 결정을 내리고 싶어서 '동의 여부'를 물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상대방이 표현할 겁니다. '그래서 나, 헤어지는 게 좋을까 계속 만나는 게 좋을까? 네 생각이 궁금해'라고요. 그럼 조심스럽게 나의 의견을 말해주면 됩니다. 이 경우에도 느낌과 욕구를 찾는 과정은 헛되지 않아요. 상대가 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나 역시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함께 상대의 느낌과 욕구에 머물렀기에 상대를 동의하고 지지해 주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실 테니까요.
상대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공감해주고 싶을 때, 기억하세요. 공감은 동의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