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라디오 프로그램의 집밥 짓기같은 일상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 <조충현의 럭키세븐>
요즘 제작하는 프로그램 소개의 첫 줄입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해서 럭키’세븐’, 진행자는 조충현 아나운서라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오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일’이에요. 데일리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만큼 이 단어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하루치를 준비해 딱 하루치를 방송하니까요. 하루는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어쩌다 방송이 잘 되었다 해도 끝나면 그뿐, 또 내일의 방송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지난한 반복은 마치 집밥 같습니다. 한 끼 배불리 먹어도 식사를 준비할 사람은 이내 ‘다음 끼엔 무슨 반찬’을 할지부터 고민합니다. 아무리 맛있게 먹었어도 배가 꺼질 즈음 새 밥상이 준비되어야 하니까요.
맛있고 화려한 집밥을 차린다고 미슐랭 가이드에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찬거리가 없다고 건너뛸 수도 없습니다. 없는 재료로 뭐라도 만들어야합니다.
맛집 탐방처럼 남에게 뽐낼 일도 아니에요. 요즘 정성스러운 집밥을 먹기 어려워서 간혹 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SNS에는 화려한 외식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집밥은 티 낼 것 없이 그저 먹는 밥입니다.
집밥과 라디오의 공통점을 또 찾아보자면, 우리의 일상을 지켜준다는 점 아닐까요? 자극적인 바깥 음식을 먹다 보면 어느새 슴슴한 집밥을 찾듯 유투브의 바다에 빠졌다가도, 주문형 콘텐츠를 찾아듣다가도 어느 순간 라디오에 손이 갑니다.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아도 편안한, 조금은 밍밍한 이 오래된 매체에 말이죠. 누군가의 일상과 잊고 있던 음악이 얼얼한 입안을 헹궈줍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비가 온다네요. 평소엔 7-80년대 디스코 음악을 첫 곡으로 틉니다. 흥에 겨워 몸을 움직이며 잠 깨시라고요. 그런데 비가 온다 하니 대놓고 신나는 곡보다는 보사노바 리듬이 좋겠네요.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을 크리스 델라뇨 버전으로 준비합니다. 비가 안 오면 어쩌나 약간의 염려와 함께 선우정아의 ‘비온다’도 골랐어요. 전화로 인터뷰할 청취자는 박원의 ‘All of my life’를 신청하셨네요? 약간 무거운 남자 보컬곡이니 앞 뒤로는 가벼운 곡을 넣어볼까 해요.
이렇게 매일, 반찬 하나씩 하나씩 큐시트를 채웁니다. 사연이며 뉴스며 골고루 정성스럽게요.
내일 예상대로 비가 내리길 바라며... 이렇게 준비한 반찬이 누군가에게 하나라도 입에 맞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듭니다. 오전 5시 10분 알람을 맞추고요. 모두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