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은 어떤 노래인가요? /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장기하. 그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2022년 2월에 발매된 솔로 앨범 <공중부양>은 오롯이 장기하 개인의 음악입니다. 밴드 음악이 비운 자리에 비트를 깔고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로 곡을 채웁니다. 그 음반에 담긴 '부럽지가 않어'라는 곡은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각자의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기하 챌린지'라는 태그가 만들어졌을 정도지요.
유튜브 영상을 덧붙이려니 뭔가 브런치답지 않지만 아직 못 본 분들을 위해 몇 개 추려보자면,
https://www.youtube.com/shorts/TfUB0rNk_sg
선생님, 노숙자, 중년 여성 같은 연령과 직업별 버전은 물론이고, 제주도와 전라도와 강원도 방언까지 등장했습니다. (강원도 클립의 배경은 실제 감자밭이라고...)
https://youtube.com/shorts/meRpmCEq9YE?feature=share
유튜브에 이 곡의 모창 요령을 알려주는 클립이 여러 개입니다. 그 클립들이 수십만 뷰를 차지할 만큼 '부럽지가 않아'는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고, 실제 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많은 콘텐츠 소비자들은 장기하와 비슷하게 부르는 창작자뿐 아니라 각자의 연령, 일상, 지역특성을 녹여 자기만의 스타일로 구현해내는 창작자를 더 높게 쳐주기도 합니다.
저도 잘 흉내 내는 영상보다는 가사와 스타일에 자기 색을 입힌 영상에 더 끌리더군요. 이 챌린지 덕분에 다양한 입말의 매력에 오래간만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꽤 오래전 매료되었던 팟캐스트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라디오랩(Radiolab)이라는 과학 팟캐스트, 그중에서 'Behaves So Strangely라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음악 심리학자인 다이애나 도이치(Diana Deutsch - Speech-to-Song Illusion> (ucsd.edu)의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사람의 말이 어떻게 음악이 되는지, 음악처럼 들리는 말의 착각에 대해, 나아가 사람이 어떻게 소리를 인지하는지에 대해 탐구합니다.
아래 클립은 이 에피소드가 이야기를 열어가는 과정을 들려줍니다.
All content is courtesy of WNYC's Radiolab Podcast, from NPR. This clip is taken from the episode "Musical Language." https://youtu.be/mM43cuRbm7c?t=90
(*해당 에피소드 : Behaves So Strangely | Radiolab | WNYC Studios) 2:52-5:20
어떠세요? 'Behaves So Strangely'를 말하는 어느 중년 여성의 톤이 합창이 돼가는 과정이. 영어에 비해 한국어는 억양이 단조롭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장기하 챌린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판단은 섣불러 보입니다. 방언은 차치하고 같은 지역의 말에도 각자의 톤이 있지 않나요? 그 차이를 섬세하게 찾아내고 거기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덧입히니 멋진 콘텐츠가 됩니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우리 모두의 말에는 이렇게 멜로디와 리듬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걸 끌어내어 자유롭게 표현하는 챌린지라니 참 멋지지 않나요?
이 앨범엔 이 곡 외에도 '얼마나 가겠어', '가만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등의 곡들이 실려있습니다. 제목만 구어체가 아니라 실제 노래도 읊조리는, 딱 장기하 스타일입니다. 다른 곡들도 혹시 자기만의 버전으로 만든 사람은 없나 찾아보게 됩니다.
제가 자주 말하고 제 생각이 묻어나는 문장(ex: 내가 알아서 할게, 아~ 그러셨어요?)을 떠올려봅니다. 그 문장을 시작으로 떠오르는 대로 중얼거리며 나만의 노래를 만들어봅니다. 박자 감각이 좋지 않아서 쪼개는 재주는 없지만 들어보니 꽤 멜로디컬 합니다. 약간 새침한 90년대 서울 사투리도 들리네요. 제 음성과 마음을 알아채는 좋은 도구 하나를 얻은 것 같습니다.
(*뱀발 : 글을 발행하기 직전, 한번더 검색해보니... 동물 버전까지 등장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