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분주해도 뭐한 건지 모르겠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
요즘 나는 하루종일 분주하게 일하는데 퇴근할 때 쯤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오늘 뭐 한거지?'
바빴던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거나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멍하다. 일할 때 전보다 집중이 안 되고, 평소에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은지 오래다. 걸어다니며 휴대전화를 안 보려고하는데 정신차려보면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놀란다. 간헐적인 두통과 목어깨 통증은 보너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아마존 비즈니스 최고의 책',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같은 화려한 문구기 표지에 적혀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 중에 한 권 가득 '~해야만 한다'나 사례만 늘어 놓는 경우가 많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까진 아니어도 좋다. 바보 된 것 같은 기분만 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먼저 '딥 워크'의 개념을 정리한다. 몰입해서 집중하며 일하는 상태, 제목을 보고 예상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어서 실제 그렇게 생활한 사람들의 사례를 제시한다. 목표의 성격과 여건에 따라 분류했다.
'수도승 방식'은 이메일이나 전화처럼 집중에 방해되는 외부와의 연결을 아예 끊는 방식이다. 독창적 지식을 갖고 발전시키는 경우나 주도권이 있는 경우, 조직에 속하지 않은 경우, 목표가 분명한 경우에 유용하다.
매일 몇 시간에서 학기나 분기별로 일정한 시간동안 연결을 차단하는 방식은 '이원적 방식'이라 이름 붙였다. 조직에 속해있거나 어느 정도 연결된 상태의 업무를 해야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규칙적이진 않지만 일상 중에 짬이 날 때마다 연결을 끊는 '운율적 방식'까지.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추거나 역으로 각 유형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서 활용해봄직하다.
각 유형마다 이미 딥워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담고 있는데, 자극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딥 워크'의 필요성과 유형은 잘 알겠고, 내가 궁금한 건 '어떻게'다. 저자 역시 독자들이 실천할 수 있기를 원하며 4가지 원칙 아래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1) 몰두하라
2) 무료함을 받아들여라
3) 소셜미디어를 끊어라
4) 피상적 작업을 차단하라
'1) 몰두하라' 챕터는 멀티태스킹의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인터넷을 현명하게 사용하고 쓸 시간을 정해두는 팁이 유용했다.
'2) 무료함을 받아들여라'에서는 바쁘지만 산만한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일깨워준다. 무료하고 한가한 상황에서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지는 점을 강조했다.
'3) 소셜미디어를 끊어라'는 요즘 내가 맞닥드린 문제를 푸는 데 좋은 실마리가 되었다. 일 때문에 항상 연결된 상태를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좀 길지만,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옮긴다. 초기에 비해 달라진 소셜미디어 콘텐츠의 가치,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2003년 가을에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다. (중략) 이후 10년 동안 현재 운영하는 블로그를 찾는 사람을 한 달에 10여 명에서 수십만 명으로 힘들게, 참을성 있게 늘리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온라인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일은 어렵고도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그러지 않다.
내가 보기에 소셜 미디어가 급격하게 부상한 부분적인 요인은 실질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어려운 일과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긍정적인 성과 사이의 연관성을 끊은 데 있다. 소셜 미디어는 이 둘 사이의 시대를 초월하는 자본주의적 교환 관계를 얄팍한 집산주의적 대안, 즉 가치에 상관없이 내 말을 들어주면 당신 말도 들어주는 교환 관계로 바꾸었다. 가령 페이스북 담벼락이나 트위터 피드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콘텐츠를 블로그나 잡지 혹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다루면 대체로 전혀 주의를 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사회적 관습 안에서는 같은 콘텐츠가 '좋아요'와 댓글의 형태로 주의를 끈다. 이런 행동을 자극하는 암묵적 합의는 (대개는 받을 자격이 없는) 주의를 받은 대가로 (마찬가지로 받을 자격이 없는) 주의를 후하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가령 나의 상태 업데이트에 '좋아요'를 눌러 주면 나도 '좋아요'를 눌러 주는 식이다. 이 합의는 모두에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중요한 콘텐츠를 올린 듯한 허구적인 느낌을 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런 서비스를 끊으면 콘텐츠 생산자로서 실제 위상이 어떤지 검증할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 그리고 대다수 서비스의 경우 그 현실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할 것이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 외에는 누구도 당신이 활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이 지적을 통해 내가 소비하는 콘텐츠의 가치, 반대로 내가 소셜 미디어에서 얻는 만족감의 허구에 대해 냉정하게 돌아보게 되었다.
'4) 피상적 작업을 차단하라'에서는 이메일 확인이나 메신저 사용 같은 작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 알려준다. 고정 일과 생산성(fixed schedule productivity)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있는데 틀 자체가 흔들릴 경우 얼마나 비효율적이 되는지, 정해진 시간에 창의성이나 몰입이 필요없는 단순업무를 해치우는 노하우 등을 들려 준다.
몰입은 점점 어려워진다. 상사는 불시에 새로운 업무를 요구하고, 친구와 가족은 메신저에서 아무 때나 안부를 전하며, 새벽에 짬내어 집중을 해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근하기 위해 간만의 몰입과 이별해야한다. 이 책은 그런 방해물과 더불어 지내면서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팁들을 많이 담고 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현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시간 내어 읽어볼만 하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일상에 몇가지 변화를 줬다. 일단 출근하면 습관적으로 카카오톡 PC버전에 로그인했는데 이제는 시간대를 정해서 접속한다. 주말엔 셀룰러 데이터를 아예 꺼둔다. 전화는 되고, 와이파이 환경에서 모바일 인터넷을 쓰지만 가급적 그조차 안 써보려고 한다. 집 현관에 휴대전화 두는 곳을 정해서 귀가하면 거기에 두고 전화만 받는다. 자기 전과 후에 휴대전화 보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고쳐졌다. 이렇게 하니까 '딥 워크'는 둘째치고 '딥 리빙'으로 한걸음 다가선 것 같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과 감각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이 경험은 디지털에 눈과 손이 묶여 타임라인을 배회하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