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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Hawaii] 4.하루종일 이동(했지만 행복)

인천-호놀룰루공항(O'ahu)-카팔루아비치(Maui)의 대장정

by 이진희

밤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저녁 6시,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철도 역을 거쳐 여객터미널, 탑승게이트로 갈수록 신혼부부들로 추려졌다.


하와이까지의 8시간은 짧지 않다. 도착하면 같은 날 오전이다. 시간을 거슬러가기 때문에 밤새 날아와서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 (물론 돌아올 때 그만큼 시간이 쑥 가버리지만) 이 하루를 잘 보내려면 체력이 따라주어야 해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최선을 다해 쉬었다.


기내안전방송이 기억에 남는다. 하와이안 항공 직원들이 직접 하와이 곳곳에서 여러 액티비티를 하며 안전수칙을 안내해 준다. 훌라춤이 비상탈출구로 이어질 줄이야.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귀여워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유투브에 찾아보니 메이킹 영상도 올라와 있다. 카메라 앞에서 머쓱해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이 느낌은 여행내내 이어졌다. 하와이는 자연도 자연이지만 사람들이 참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https://youtu.be/RezCPSi9wBY


우리는 호놀룰루 공항에서 다시 주내선(우리로 치면 국내선)을 타고 마우이 카훌루이(OGG)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국절차를 밟고 다시 수속을 밟아야한다. 공항 안에서 기다리다 비행기만 갈아타는 게 아니라 아예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는 뜻.


그나마 짐을 인천에서 마우이까지 바로(through) 부친 덕분에 덜 힘들었다. 항공권을 끊을 때와 인천에서 체크할 때 이 부분을 잘 체크해 두는 게 좋다. 코드쉐어나 항공사가 섞일 경우(대한항공-하와이안항공) 수하물을 보내는 데 추가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처럼 주내선을 환승할 경우 도착시간과 다음 항공편 출발시간 사이에 2시간 정도 여유를 두는 게 좋겠다. 공항도 작고 어렵지 않지만 어쨌든 초행길이고 돌발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 이 때까지는 아직 기운이 남아서 굳이 셀프체크인을 하고, 점심에 낮맥도 한 잔하며 여유롭게 환승했다.


공항 버거킹에서 먹은, 패기 넘치는 트리플 와퍼

호놀룰루에서 카훌루이는 40분 정도 걸린다. 거의 이륙했다 착륙하는 수준. 주변 섬들이 비행기 아래로 스쳐지나간다. 몰로카이와 라나이 섬 그리고 지도에는 없는 빅 아일랜드는 아쉽게도 이번 여정에서 제외.


카훌루이 공항은 예상대로 소박했다. 누가 들어와서 짐 하나 스윽 들고가도 될 정도로 경계나 통제가 없이 여유로웠다. 우리는 공항렌트카 사무실에서 바로 차를 빌렸다. 마우이 섬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고, 섬이 생각보다 커서 전 일정 렌트카를 예약해야 한다고 들었다.


시간을 거슬러, 렌트카 예약 당시에는 "어떤 차를 빌릴지" 고민이 되었다. 인터넷에 있는 경험담을 찾아봤다. '마우이 섬이 생각보다 크고 험해서 SUV를 빌리는 게 좋다'느니 '그래도 하와이는 오픈카'라느니 '비도 잦고 햇빛도 세서 오픈카는 오버'라느니 의견이 분분했다.


시작은 겸손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안전'과 '경제성'이었다. 가서 화보를 찍을 것도 아니고, 여행 경비는 이미 예산을 초과한지 오래였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에 안전한 차면 족했다. 허나 렌트카 담당자(?)가 사이트를 둘러보며 점점 우리 안의 허세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 차이 안 나~

이 한 마디에, 우리는 어느 새 머스탱 컨버터블을 예약하고 있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여러대의 컨버터블 중에 가장 삐까뻔쩍한 녀석을 골랐다. 탑 부분을 접었다 폈다 다시 접었다. 누가봐도 촌스러울 장면이지만 우리에겐 꽤 들뜨고 신나는 순간이었다. 큰 짐은 트렁크에 싣고, 작은 짐은 날아가지 않게 단도리한 후에 시원하게 뚜껑 열고, 드디어 출발!


마우이는 우리가 원하는, 자연 그대로의 하와이였다. 상가도 많지 않고 도심이라고 해봤자 아래 지도의 빨간 테두리가 쳐진 카훌루이 정도였다. 지붕을 열고 달리자 오른쪽엔 바다, 왼쪽엔 태초의 숲이 그대로 쏟아졌다. 역시, 하와이는 오픈카다.

우리의 첫 숙소는 카팔루아에 예약했다. 패키지에는 라하이나나 와일레아-마케나에 있는 리조트가 주로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여행사이트를 둘러보고, 마우이에 다녀온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두 스팟에 숙소를 잡으면 오히려 섬의 서북쪽 해안(오늘 우리가 달리는)과 동쪽(하나)은 보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카팔루아에 첫 날 하루, 와일레아-마케나에 이틀을 묵는 걸로 예약했다.


도착하는 날은 공항에서 차를 빌려서 숙소에 도착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새벽부터 다사다난했던 하루였고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 한 가운데까지 날아왔으니까.


카훌루이에서 카팔루아로 가는 서북쪽 해안은 태초의 숲, 그대로였다.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고 중간에 1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그 외엔 온통 초록초록이다. 해도 거의 넘어간 상태라 부담없이 맘껏 오픈카의 매력을 만끽했다. 온통 들과 숲이니 공기는 더할 나위없이 맑았다.

어서 숙소에 도착해 쉬고 싶어서 일단 달렸다. 생각보다 길이 험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절벽도 많고 사이사이 1차선으로 길이 좁아지기도 했다. 경관이 멋있어서 사이사이 세우기도 여러 번.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체력이 떨어져간다.


지나고보니 공항 근처에서 커피든 물이든 먹을 걸 좀더 사들고 이동했으면 좋았겠다. 중간 마을에서 생수 한 병 사 마신 것 외에는 뭘 사려고해도 살 곳이 없었으니까. 어서 샤워하고 침대에 눕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카팔루아에 거의 다 와서 나카렐레 블로우홀(Nakalele Blowhole)에 마지막으로 차를 세웠다.


'블로우 홀'은 고래가 숨쉴 때 물이 솟아오르는 모습과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지질학 용어다. 해얀절벽 사이에 간헐천처럼 물길이 생겨서 파도가 칠 때 그 사이로 물이 뿜어져나온다. 바람이 심하면 물기둥이 아주 높이 솟는다.

https://en.wikipedia.org/wiki/Blowhole_(geology)

저 멀리 검은 바위 사이에 나카렐레 블로우 홀이 있다. 신기하다고 너무 가까이 갔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고 누군가 경고판을 세워놓았다.

"블로우 홀은 워터파크가 아니야."

차를 세우고 10분 남짓. 블로우 홀을 보고 있으니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실제로 블로우 홀이 잘 보이는 절벽 위마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일정이 길다면 아침에도 또 와보고 싶고, 흐린 날이나 밤에도 (조심조심) 와 보고 싶은 곳이었다. 멍~하니 앉아 있는 걸 참 좋아하는데, 그러기에 제 격인 곳이라.


25분 정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조금더 운전해서, 첫 날 숙소에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가 우리 오늘 묵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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