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 애들 사진 보고 있음
6개월 만에 육아노동으로부터 자유를 얻었습니다. 이 휴가는 약 한 달 전부터 계획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육아도우미나 조부모의 정기적인 도움 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백일을 넘기면서 두 사람 모두 때로 우울하고,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몸이 지쳤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가끔 각자 외출을 했지만 8할은 병원 외래진료를 받았고 2할은 행정처리를 하느라 제대로 쉰 날이 하루도 없었거든요.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뭘까, 이야기 나누다 보니 오롯이 하룻밤을 자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청했고, 부모님이 설 연휴를 이용해 이틀을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날짜가 잡히자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적었습니다. 목록은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없는 전시 보기, 느긋하게 밥 먹기, 이른 아침 카페 가기, 클래식 공연 보기 등으로 촘촘히 채워졌습니다만 결국 남은 것은 ‘푹 자기’와 ‘목욕과 마사지’였습니다.
‘24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유사시 바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간적 제약이 있어 집과 가까운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두 번째 수유를 하자 부모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집을 나서는데 기분이 묘합니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무엇보다 고요함이 낯섭니다. 언제고 ‘엥~’하고 아가가 울 것 같아요.
정신을 차리고 일단 낮잠을 청했습니다. 기절하듯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 책을 읽고, bts 뮤직비디오를 봤습니다.
한강을 따라 달리고 싶었는데 비가 옵니다. 트레드밀로 대신합니다. 5km를 달렸더니 아이들 돌보며 흘린 진땀이 아닌 진짜 땀이 나네요.
오래간만에 욕조에 몸도 담갔습니다. 집에서도 몇 번 탕욕을 시도해봤지만 물을 받다가 혹은 겨우 물 다 받고 발을 담그려는 찰나 아가들 우는 소리에 서너번 뛰쳐나온 후로 마음을 접었거든요.
자려고 누웠는데 양 볼에 달걀을 문 것 같은 아가들 얼굴이 아른거려 사진을 뒤적입니다. 그간 찍기에도 바빴던 동영상들을 편집하다보니 자정이 가까워졌습니다.
내일은 푹 자고 세신을 한 후에 병원을 들렀다 복귀할 예정입니다. 연휴 첫날 먼저 휴가를 다녀온 남편 말로는 ‘1박 2일 쉰다고 완전히 충전되진 않지만 잠시 호흡을 고르고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둔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하네요. 참고로 남편은 혼자 치킨 한 마리(반반)를 먹고 설날 특선영화 세 편을 번갈아가며 보다 늦잠을 잔 후에 비빔국수를 먹고 돌아왔더군요.
소중한 이 밤, 이제 꿀잠으로 꽉 채워볼까요? 아이들도 오늘은 특별히 더, 통잠을 자고 있길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