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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리나 Oct 30. 2021

21.10.30 토

하늘이 구름으로 다 가려진 흐린 아침.


걸어서 출근했다. 다양한 상황들을 맞닥뜨린다. 초록불임에도 쌩쌩 달려오는 벤츠 차량과 횡단보도 건너려고 잠깐 뛰었던 상황, 오늘은 왠지 큰길로 가고싶어 늘 가던 길과 다른 곳으로 걸었고, 유난히 조용했던 주말 아침 풍경이었다. 조용했기에 바람소리가 잘 들렸고, 그 외 소음은 거의 없었다. 매일매일을 살아가면서 아차 싶을 때가 있다. 무난히, 안전하게, 조용히 반복되는 삶을 살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 중 하나도 하루하루 잠깐의 상황과 생각이라도 남기고 싶어서이다. 그저 흘러가는 하루가 아닌 내가 머물렀던 하루이길 바라나보다. 내 손과 몸과 생각이 묻어있는 하루인데, 몇 시간만 지나면 새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을 맞이한다. 마치 1년에 열흘을 사는 것 마냥,, 모두 잊어버린다. 그래서 기록을 하는가싶다.


우리 카페에 대해 정립해보자. 카페 이름에 대해선 잘 설명드릴 수 있다. 우리 카페의 인테리어는 회색, 흰색으로 이루어져있다. 무채색 카페인데, 나는 왜 무채색으로 이 공간을 채운걸까? 무채색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 색이 없는 곳을 채우자는 의미도 좋고, 편하게 쉬었다가는 의미도 좋다. 전자의 의미를 좀 더 확장시키고 싶다. 색이 없는 곳을 커피와, 사람과, 이야기로 채워나가자는 그런 의미. 색이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흐르며 색이 입혀지는 과정을 보고싶다. 괜찮은데,,,?


또, 메뉴 구성이다. 우리 카페의 메뉴 구성은 심플하다. 커피 하면 떠오르는 기본 메뉴와 최소한의 선택지가 주어진 논커피와 디저트. 사실 지금보다 더 줄이고 싶지만 지금을 유지하려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플한 메뉴구성을 한 이유는? 재료 관리도 용의하고 무엇보다 손님들의 선택사항을 줄이고싶었다. 라떼에서도 달달한걸 찾으려면 모카, 카라멜, 바닐라, 말차, 이것저것,,,, 그냥 바닐라만 하자! 이런식이다. 에이드도 굳이 레몬, 자몽, 패션후르츠, 오렌지, 딸기, 키위 이것저것,,, 그냥 딸기만 하자! 물론 선택지가 다양하면 좋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걸 알고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지말자. 커피가 좋아서 우리 매장을 찾게 만들고, 그 분들이 커피 외 다른 음료를 드시고 싶을 때를위해 최소한의 논커피 메뉴로 구성하자. 굿.


마지막으로 BAR. 왜 이렇게 인테리어를 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협소한 공간, 수납 공간, 이야기, 응대, 서비스, 재미. 이유는 많다. 내가 이 공간을 기획했을 때는 1차적으로 협소한 공간과 재미요소였다. 9평이라는 공간에 BAR가 아닌 개별 테이블자리를 2~3개 놓다보면 공간이 여의치 않다. 테이블당 의자도 배치해야하고, 의자를 넣고 빼는 자리도 필요하지 않나? 겸사겸사 수납공간도 필요했던터라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재미다. 동네에 이런 인테리어를 하는 곳이 없다. 도전이자 재미인데, 생각보다 개성있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손님들도 그 개성을 알아준다. 겸사겸사 서비스하기도 편하다. 처음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커피나 디저트를 바로 서빙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도 쉽게 캐치할 수 있어서 좋다. 결론적으로 협소한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구조다.


크로플이 잘 안나간다. 크로플이 안나가는건지 손님이 적은건지 이러나 저러나 마음 아픈건 매한가지. 그 와중에 크로플이 맛있어보여 퇴근하기 전에 하나 먹어야겠다. 크로플을 적게 만들면 잘 나가고, 많이 만들면 안나가는 기이한 현상이 벌써 몇 번 째 반복되었다. 이정도면 학습할만한데 무얼믿고 자신감에 차 많이 만드는걸까? 부족한거보다 남는게 낫다고 생각하는거겠지? 내일은 조정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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