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by girok

바위 틈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무언가 그것을 그냥 무언가로 부르기로 했다. 저 바위 틈에 끼여서 혹은 틈 사이로 보이는 물체 그 공간 사이의 낡고 바랜 편지 하나, 선명한 눈물 자국 쓰다 만 편지 마지막 줄에는, 사랑해라고 쓰여 있었다. 붙이지 못한 마음이 바위 틈 사이에 있었다 그런 버려지는 것들 속에서 좁디좁은 공간에서 나는 몸을 구부린 채로 긴 호흡을 했다.


그 해 겨울은 많이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마다 쌓여가는 것들이 눈이 되어 녹아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단단하게 굳은 상태가 되었다. 해마다 마음의 크기가 커져간다. 그 마음엔 틈이 없어서 해가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암흑 속에서 태어난 것들은 언제나 위태로워 보였다. 가는 실을 손목에 감고 저 멀리 보이는 한줄기의 빛을 따라 걸었다. 그 빛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품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되돌아가는 것, 왔던 길을 다시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니, 사라짐과 상실 소멸 존재의 부정 이런 생각들을 했을까, 겨울이오면 사라지고 싶은 마음을 아니, 그 다음 계절이 오기전에 떠날 채비를 하는 것. 이번 겨울의 추위는 어느정도일까, 나는 또 무엇이 되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행동과 과정의 끝에 무위로 그친 날이 많았다. 그 무엇의 감정도 이제는 나를 어쩌지 못한다고 믿고 싶다.


누구도 나를 구원할 수 없고 오롯이 나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나는 나를 구원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느린 호흡을 하고 빠른 호흡을 하는 것만이 삶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호흡의 멈춤과 멎음이 아직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해서 나는 계속 호흡을 하고 있다.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빠르게


어느 날은 거친 호흡을 하면서 내뱉는 모든 호흡을 미움 속에 두지 말자, 냉기로 가득한 곳에 던져 놓지도 말자, 이런 나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며 살아있음을 증명해 나가는 것 머리로 인식 시키는 것 나의 호흡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를 향한 끝없는 의심을 놓지 못한다.


나는 나를 온전히 믿은 적이 있었나, 있겠지. 내 기억 속에서 잊히고 사라져 버린, 이제는 그 기억을 끄집어 내야 하는 때 그 과정이 결과가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나를 향한 끝없는 의심을 내려놓고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단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겠지만 여유를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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