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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지 May 03. 2020

적당한 중간맛 서비스

페이스북, 브런치, 블로그 공간에 대한 단상

대략 10년 넘게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했다. 2000년대 초중반 무렵부터 썼을텐데 주로 음악이나 영상, 내 개인적인 일상에서 찍은 사진, 소소한 글들을 적었다. 그러다가 잠시 티스토리를 사용하기도 했고 페이스북, 지금의 브런치를 사용하기도 했다. 3~4년 전부터는 블로그를 하지 않아서 접었다가 최근에 새로 만들었다.


이런 서비스들은 각각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데 내 경우 블로그는 익명성과 적당히 공개된 공간이라는 점이 내 용도에 맞다. 또, 블로그에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에도 불편하지 않으며 블로그 글을 보는 사람도 브런치처럼 특별히 기대를 갖고 내 블로그를 보지 않아 부담이 적다. 또 생산적인 글을 정리하거나 이를 공유하는 용도도 분명 아니다.


티스토리는 네이버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주변 컨텐츠와 비교되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보다는 좀 더 나은 퀄리티로 글을 작성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티스토리보다 더 부담이 심한건 브런치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경우는 오늘처럼 카페에 나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거나, 의미있는 글을 작성하고 싶을 때다. 그렇기에 작성하고도 바로 올리지 않거나 혹은 아예 글을 쓰다가 중단하기도 쉽다. 다른 얘기지만, 브런치처럼 컨텐츠를 생산하는데 이렇게 허들이 있는 제품이 시장에서 나름의 고유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페이스북은 내 관점에서는 가장 사회 관계적인(?) 서비스다. 물론 트위터나 인스타도 있지만 일단 내가 쓰지 않고(...), 지금의 사회 관계 관점에서 가장 잘 동작하는 서비스가 페이스북이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해 PR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다.


최근에 블로그를 다시 하게 된 건 블로그가 주는 적당함 때문이다. 모바일이 아닌 PC에서 글과 영상을 올리기에 적당한 공간이고, 페이스북처럼 너무 공개된 영역도 아니라서 너무 깊이있게 글을 쓰지 않아도 되고, 혹시라도 내 블로그를 볼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브런치는 한 달에 한 번도 쓸까 말까한 수준이고, 내 경우 다른 이의 브런치 글은 굳이 브런치를 통해 찾아 읽지도 않는 편이다.


이런 자극적인거 말고...은근히 좋은 그런거...


물론 블로그도 처음부터 지금의 컨셉은 아니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지금도 전통적인 온라인 마케터들이 가장 선호하는 채널이고, 네이버라는 브랜드 때문에 인지도도 높아서 블로그의 접근성이 낮은 편은 아니다. 다만, 블로그라는 채널이 더 쉽고 빠르게 컨텐츠를 만들고 공유되는 지금의 트렌드와 맞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지금 시대에 덜 자극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급 마무리하자면 더 많이 알려지려는 (좋아요를 많이 받고 많이 공유되고 많은 댓글이 달리기를 원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되고 싶은거 말고, 온라인이라서 너무 부담되거나 어렵지 않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개인의 공간을 보장하는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적당한 중간쯤 되는 서비스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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