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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새롭게 Sep 01. 2023

종이비행기에 엔진을 달다

다른 생각은 다른 시간을 만드는 거구나

나는 어릴 때 첫 꿈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지만 곧바로 스튜어디스로 꿈을 바꿨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그것만큼 멋진 것도 없어 보였다.

가끔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저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특별한 사람들 일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 일지 상상하곤 했다. 그때가 초등학생 때였으니 내 인생에서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비행기는 내 꿈의 대상이었고 나의 가장 완벽한 미래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꿈은 나에게 현실이 되질 못했다. 나는 스튜어디스가 되지 못했고 비행기 탑승도 결혼 후 신혼여행으로 처음 경험했었다.


얼마 전에 큰아이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신랑신부의 결혼 계획이 말로만 듣던 스몰 웨딩을 넘어 마이크로 웨딩을 하겠단다. 생각보다 호주라는 나라에서 결혼식을 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든다는 걸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바람은 아주 간단했다. 양가집안 직계가족들만의 1주일간의 여행이 결혼식이 되는 것이었다. 

여행지는 뉴질랜드로 정해졌다. 1년 전에 미리 예약한 항공권과 숙박시설로 인해 결혼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양가집안 9명이 함께 뉴질랜드를 향해서 한집에서 1주일을 동거동락하며 그중 하루는 근처 교회에서 하객 없는 가족들만의 결혼식을 하는 계획이었다. 

결혼식을 마치면 신랑신부는 산과 강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는 내 평생 본 적 없는 결혼식.

그. 러. 나.

비록 하객이 없었지만 오히려 분주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 모두는 진정 신랑신부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결혼식을 인도하는 현지 목사님과 가족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웃으며 즐기면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 

결혼식 후에 신혼여행이 별도로 없는 탓에 신랑신부는 드레스 차림으로 산으로 강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보통의 무겁고 풍성한 웨딩드레스를 선택하지 않고 몸에 달라붙고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드레스를 선택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1주일간의 여행은 양가 집안을 정말 가깝게 만들었다.

어색할 수 있는 두 집안이 함께 생활하며 함께 의논하고 함께 결정하는 시간들은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결혼식을 위해 매일 저녁 함께 식탁이나 거실에 모여서 찬양연습을 했다. 처음 불러보는 곡조로 다소 실수도 있었지만 그 시간은 정말 많이 웃고 떠든 추억의 시간이 되었다.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두 가정이 만나서 한 가족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1주일간의 결혼여행은 내가 딸아이를 시집보낸다는 생각을 바꾸게 했다. 그 대신 아들이 한 명 생겼다는 말을 가슴으로 수긍하게 되었다고 해야 될 것 같다.  

이번에 아이의 결혼을 통해 나는 "다른 생각은 다른 기억과 추억으로 우리의 삶을 바꾼다"는 걸 배웠다.  마치 내 어릴 적 꿈이 이루어져서 스튜어디스로 비행기를 탄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어릴 적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그 비행기 안에 앉아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결국 나의 종이비행기는 어느새 엔진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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