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예요?
설상가상이다. 이보다 최악일 수 있겠어라니. 이보다 최악일 수 있었다.
예산삭감으로 2025 플랜이 바뀐 걸 넘어, 직원들의 복지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바로 식사비 지급 중단.
타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거론되었던 거의 유일한 장점인 점심 지급이 이곳에서 명을 다했다.
우리 회사는 하필 비싸기로 유명한 거리에 위치해 있고, 매일 나가서 점심을 사 먹기에는 과하게 부담스러운 가격들로 형성되어 있었다. 팀원들과 머리를 맞닿아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이곳에서 쉽사리 먹다간 한 달에 40만 원은 족히 나갈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실상 감봉이다.
다들 비상상황이었다. 다들 부리나케 당장 내일의 점심 도시락 장을 보러 갔다. 엄마가 주고 간 여러 락앤락 통을 보유하고 있고, 취미로 밀키트 쇼츠를 자주 보는 나는 짐짓 마음은 복잡하지만 대충 어떻게 도시락을 싸야 할지 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가 더욱 심각한 문제였던 동료들이 몇 있었다. 바로 집에 주방이 없는 직원들이었다. 하숙집들 중에는 종종 부엌을 사용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싼 값에 숙소를 제공하는 곳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필 거기에 살고 있었다. 점심 도시락이 중단될지 몰랐으니까 내린 결정일 터이다. 어쨌든 당장 냉장고도, 인덕션이나 전자레인지도, 마땅한 식기도구조차 없는 사람도 있었다. 저녁도 배달음식으로 대충 때우는 그들인데 점심까지 대충 때워야 하다니, 우리는 분노했고 곧 슬퍼했다. 그래도 그 친구는 나름대로 노하우를 터득해서 식빵과 누텔라 잼을 샀다. 식빵 위에 누텔라를 발라서 샌드위치를 해왔고, 처음 해보는 요리라며 즐거워했다.
나 또한 밀키트를 여러 본 본 덕인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노잼시기라서 내게 스쳐가는 모든 게 무감각하게 느껴지는데,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좀 유익했다. 내일 내가 먹을 자원을 만드는 시간 자체가 유익하게 느껴졌고 나 스스로 나를 관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 명란 오차즈케와 찐만두, 커피우유 한 팩과 귤 두 개를 싸서 회사에 갔다. 평소에 한 끼도 절대 대충 넘기지 못하는 나의 습관이 도시락에 그대로 반영되어, 엄마의 우려와 달리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 다닌다.
+ 식비 지급 중지를 결정했던 전무님을 얼마 전에 점심시간에 뵈었다. 밥 드셨냐고 여쭤보니 아침을 많이 먹고 와서 안 드신다고 한다. 옛날에는 소나무 껍질을 먹곤 했다며.. 그럴 생각이라고 하셔서 웃고 말았는데 그다음 날도 점심을 안 드신다고 하더라. 이거 퍼포먼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