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당뇨가 심해졌다

그 등이 작아 보일 때

by 광규김

[어른의 등]

부모님의 등은 아이들에겐 평생 보며 따라갈 기둥이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기둥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훌쩍 뛰어넘어버릴 크기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사라지는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의 풍파를 자신의 앞에서 맞으며 막아준 세월과 풍화된 기둥을 느끼면 아이는 어느새 또 다른 어른이 되어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아이의 마음엔 사랑에 대한 경외가 꽃피기 시작한다.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면 그는 이제 철이 들기 시작했다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근원과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정립을 하는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를 사춘기라 부른다. 자신을 알기 전 겪어야 하는 성장통처럼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져있다.


silhouettes-1082129_1920.jpeg 언제나 의지되던 뒷모습이 너무나 작아 보일 때가 있다.


[철이 들 때]

아버지의 당뇨가 심해졌다. 가족을 위해 노동을 하시다 망가진 몸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엔 뭉클한 바위처럼 남아있다. 빨리 철이 들어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돈을 많이 벌어 입신양명할 수 있는 길이 아닌 타인을 섬기며 낮아지는 좁은 문을 찾아 들어간 나의 하소연이었다.

어느 날 나와 대화하던 한 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부모님의 등이 유독 작아 보일 때, 어느 아이는 가슴속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려 감을 느꼈고, 대개 그때부터 철이 든다고 했다.

의지되던 세상이 무너지고, 내가 반드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순간 언제까지나 아이였던 학생의 세상은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제는 자기가 가족의 앞에서 풍파를 맞아줄 기둥이자 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나 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철이 드는 일을 마냥 기뻐하지 않는다. 그러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아프고 나면 들어있는 의젓한 모습을 대견하면서도 먹먹하게 바라만 봐야 하기 때문이다.


원망하고 후회해도 의미 없는 시간이 다가오기 전에 내가 주변에 더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더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지금 당신을 있게 했던 그 사랑들을 부디 잊지 말고, 더 큰 사랑으로 세상에 갚을 수 있었으면 한다.


father-1004022_1920.jpeg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던 뒷모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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