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레슨을 하러가는 길

내 안의 놀라움을 찾는 과정

by 광규김

동두천에서 압구정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장장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지하철에 타서 흐르지 않는 시간을 보낼 뭔가를 찾는다. 유튜브도 넷플릭스의 영화들도 어느순간 질려갈 때가 있다.

왕복 3시간 30분의 거리를 오직 1시간 남짓한 레슨을 위해 움직인다. 그렇게만 본다면 가성비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무모한 열정이다.


압구정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서울구경과 사람구경을 좋아하던 내게 이상하리만치 정감이 생기지 않는 도시공간이었다. 나는 도시를 좋아하고 그 안에서 늘상 펼쳐지는 인간군상을 보는걸 좋아했는데 이곳의 빌딩숲은 내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런 곳으로 나는 이제 레슨을 받으러 다닌다.


영화배우 유승범씨를 닮으신 선생님(실제로 표정을 볼 때마다 사인을 받고 싶어지는 얼굴이다.)께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이 나이에는 너무나 늦었다고 하셨지만 내 발성을 보자마자 그분이 하신 한마디는 이거였다.


"해도 되겠는데?"


충분히 할만하다는 재능을 입증받고서 나는 나의 부족한 발성과 좋지 않은 습관들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천편일률적인 소리가 아니라 나의 소리를 찾아 그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연신 소리가 참 좋다는 칭찬을 하시며 선생님과 나는 수업 시간 내내 웃으며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알아주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다. 선생님은 나와 같은 테너였고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상황이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내 사정을 이해해주셨다. 여건이 되는 한에서 와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자신에게 투자를 해보라는 말을 하셨고 여러 곳에 레슨을 받으러 다녔던 나는 이곳에서 당분간 배움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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