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규김 Jul 03. 2021

나의 우울증 치료 일기

작은 것에 큰 인정

진료가 있는 날아면 대학 병원에서 우울증 및 조울증을 치료 받던 나에게 교수님께서는 늘 하시던 질문이 있었다. 


"지난번 병원에 오고 나서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죠?"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두번째 방문부터는 "그동안 어땠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약이 잘 들고 있는지 혹시 부작용이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지키자고 했던 약속과 요법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 였다.


나는 성악 레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빨리 어딘가에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던 나는 조금 들떠있었다. 


그러나 대학 병원은 타 병원에 비해 (나의 경험상) 그렇게 정감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조금 사무적인 반응을 예상하며 말을 마친 나는 조금 움츠러들어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염러 가득했던 나의 예상과는 매우 달랐다. 교수님께서는 빙긋 웃으시며 나를 칭찬해주셨다.


아주 잘 했다며 앞에서 자랑하던 나보다 더 좋아해주셨다. 나는 이후 나는 한껏 기분이 좋아진 채로 진료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다음 예약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던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어째서 그러셨던걸까. 이것도 치료 과정에 있는 방법 중 하나였던걸까. 그렇다고 하여도 나의 자존감엔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의도와 상관 없이 효과 하나는 끝내주는게 아니었을까. 


비록 작위적인 반응이었다고하여도 나는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사역 경험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얻은 내 생각엔 아무래도 그건 진심 어린 반응이었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도전과 변화를 진심으로 대견스럽게 보시며 기뻐해주셨다.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도전과 일정에 큰 반응이 돌아왔다. 나를 인정해주는 듯 했다. 과장된 느낌이 누군가는 싫을진 몰라도 현장에 있던 내가 경험한건 그렇기 않았다. 좀 처럼 반응이 없던 의사선생님이 빙긋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없던 내게 이건 커다란 도움이자 용기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외로 보기엔 잘 사는 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