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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Jul 16. 2021

의외로 보기엔 잘 사는 병

우울증 이야기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겪으면 밖에도 나오지 않고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한다. 이는 어느 정도까지는 맞는 말일수는 있으나 사람이 사는 만큼 우울증 환자의 삶도 다양하기 때문에 한 가지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한참 많은 사람들 앞에 서고 사람들과 잘 지내다가도 돌아서거나 잠시 혼자 있을 때면 밀려오는 공허함과 우울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에 속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은 내가 이 병을 앓고 있는지 몰랐다. 가족들도 몰랐을 정도이니 말 다하지 않았을까. 


의외로 이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이 병을 밝히기 전까지는 짐작만 했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가 내가 서서히 알리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때야 비로소 깨달은 건 나 역시 그렇게 숨기고 살아왔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병을 숨긴 채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픔은 자랑할 것이 못된다. 특히 정신적인 아픔 같은 경우는 사람들 앞에서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도 아닐뿐더러 사람들은 별로 그런 것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계없는 타자의 고통을 듣는 것을 부담스럽다 생각한다. 자기 자신도 살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약점이 잡혀도 불리해질게 많은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멀쩡해도 힘든데 마음에 무게추와 모래주머니를 달고서 살아야 한다면 그 정신적 피로함과 고통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의외로 잘 살고 있다. 때로는 외출도 하고 연 애도하고 공연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는 등 우울증을 앓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만큼 피폐한 폐인의 삶을 살진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눈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나 같은 경우 피폐한 모습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드러나곤 했다. 한 없이 무너졌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고 이틀이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여름을 타서 그런다고 생각하겠지만 여름에는 밖으로 나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집 안에서 틀어박힌 내 증상이 더 심해졌을 뿐이고, 나는 나의 병과 정면으로 조우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자랑할 것이 못되지만 너무 숨기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감기에 걸리면 사람들에게 알리곤 한다. 전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후자는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안 좋은 마음은 전염성을 가지고 있고, 안 좋은 마음을 잘못 건들면 좋지 않은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무조건 배려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현재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알리는 것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


우린 정말로 언뜻 보기엔 괜찮고 잘 살아 보이는 병을 앓고 있다. 무조건 동정받고 걱정받을 필요는 없지만 항상 애써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다. 


나도 알고 있다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들 앞에선 그런 모습을 특히 더 보여주기 싫을 것이다. 그래서 더 밝으려 하고 더 잘 사는 모습을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어 진실로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내 곁에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이 있다면 좀 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되겠지만 힘들면 솔직하게 힘들다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에겐 그것이 상담사 선생님이고 의사 선생님들이겠지만 그런 관계를 넘어선 것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꼭 괜찮아 보일 필요는 없다. 손발이 다치면 반창고를 붙이고 깁스를 한다. 그리고 그걸 추하다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그 마음이 진정 병든 마음이겠지. 그러니 너무 많은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당신이 생각하기보다 당신은 더욱 세상에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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