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by 광규

그는 자신의 이름이 낙은해라 했다. 나근해? 낙도 아니도 은혜도 아닌 이름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미처 사과할 틈도 없던 그 순간에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부처의 얼굴을 만났습니다.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자칫 불쾌할수도 있는 말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를 좋게봐준 것이니 살짝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그는 내가 목회자인줄을 모르고 한 말인듯 했다.


우리의 첫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이렇다할 우정도 사랑도 없는 지나치는 인연이었다. 인연이란 나의 종교에서 사용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낙은해는 그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함께 비를 스친 것도 방대한 사람 사는 세계에서는 인연이라고 말이다.


나는 그가 싫지 않았다 그도 내가 싫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새벽이 다가오는 저녁 무렵 나는 2호선 기차를 타고 1호선을 향했다. 시청역에 차를 멈추고 음식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내렸다. 내가 사랑하고 섬겨야할 이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사랑하는가 묻느냐면 나를 위해서도 아니고 저들을 위해서도 아니고 우릴 사랑하는 성자라고 한다면 차라리 그 말이 편하겠다. 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냐 묻는다면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정이 사랑인가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아니라 대답할 것이다.


동정은 자기 양심과 우월감을 위해서 베푸는 도덕으로 위장한 허영이었다. 저들은 나그네 같았다. 기쁨도 없고 은혜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이들이다.


고대의 많은 종교는 이런 나그네들을 향한 선행을 최고의 덕목이자 필수로 요구되는 선행으로 삼았다. 그렇지 않고 이들을 핍박한다면 응당 신에 의한 심판을 받았다. 왜 그럴까? 세상에 던져진 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방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그네 자신들은 발언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이나 윤리로 충만한 지배 계층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러한 말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에 대한 권위나 근거는 내게 없다. 나는 평생을 권위에 빌붙어 말하며 먹고 살았으나 그 근거는 66권의 묶음으로 이뤄진 한권의 책이었다.


세상은 나그네게에 머물 곳을 제공하지 않는다. 감히 그러려는 곳은 없다. 세상은 땅의 주인들이 다스린다. 나그네는 땅이 없는 이들이다. 나그네가 머리둘 곳은 세상에 없었다. 마치 성자가 그랬듯이 그들은 여우와 새만도 못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마저 신이 먹인다 하였다. 땅의 들풀과 꽃마저 신이 때를 따라 물과 빛과 바람을 내려 살린다 하였다. 그러나 나그네는 때를 따라 살리는 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비가 내려도 죽었고 찬 바람이 불어도 죽었다. 그런 세상에서 나는 신을 찾아 기도하며 그들의 곁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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