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를 만나다
그는 유독 한 카페의 아인슈페너만을 사랑했는데, 그 카페는 장애인들만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었다. 그는 점심식사를 하면 언제나 그 카페를 찾아가 스탭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살갑게 안부를 나누고는 했다.
커피란 잠을 깨기 위해서 마신다고 생각하는 내게 맛과 향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적당한 가격과 질리지 않는 씁쓸함이 내가 그 카페를 찾는 유일한 이유였다. 그리고 나보다 항상 30분 먼저 와있었다는 그 역시 내겐 말할 수 없는 핑곗거리였다.
정오로부터 세 시간이 지나가면, 나는 출출한 위장에 신경질이 올라 일을 못하겠다고 짜증을 부렸다. 그럴 때면 그는 언제나 달콤한 프렌치토스트를 시켜 절반을 내게 권했다. 내가 일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을 무렵부터 나는 진심을 담은 감사보다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친절을 자연스럽게 받아서 한입 베어 물었다.
그 빵은 은혜였다. 아무런 수고도 들이지 않고, 심지어 가끔은 보란 듯이 그에게 배가 고프다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호의가 내게 이용당해도 아랑곳 않고 타자의 배고픔을 지나치지 못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엔 갑작스럽게 내린 국지성 집중 호우로 발이 묶여 작고 조용한 카페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나는 아무런 징조 없이 건네받은 그의 친절에 경계심을 감출 수 없었다. 집에 널어놓고 나온 빨래가 한가득이며, 노트북엔 중요한 자료가 전부 있어서 이 불쾌하고 쿨쿨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어휴 비가 많이 오네요.”
처음에는 재수가 없겠거니 했다. 아니면 어딜 가나 있는 음흉한 아저씨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너털웃음은 첫인상 치고 썩 나쁘지 않았다. 일말의 자비와 도리라며 스스로에게 말하며 나는 적막을 깨고 들어온 인사를 받아줬다.
“네. 비가 많이 오네요.”
말을 오래 섞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도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과 태도를 분리하는 방법 한 능숙해질 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