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를 받다 보면 여러 가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잠을 잘 수 없다거나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밤에 잠을 잘 수 없다거나 하는 것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진 종류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내가 겪고 있는 증상들은 조금 다르다. 대개 우울증에 걸리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있는 줄로만 알지만 나는 가만있지 못하고 안절부절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같은 자리를 뱅글뱅글 돌면서 한곳에 집중을 못한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무엇 하나 마음을 가지런히 모을 수 없다. 최근 나를 가장 괴롭힌 증상이다.
의사 선생님(내가 가는 곳은 모 대학병원 교수님의 외래진료이다.)께서는 내게 이것은 약의 부작용의 영향도 있다고 하셨다. 해서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을 추가하고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은 줄이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처방을 받고 1 ~ 2주일 사이로 다시 내원하여 증상을 살피고 약을 조절한다. 이게 내가 경험하고 있는 우울증의 치료 방식이다.
때문에 다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한 자리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는 동안 끊임없이 팔다리가 내 의지를 벗어가 꿈틀거리려고 하는 걸 간신히 참고 글을 쓰는 중이다.
이런 상태로 독서와 공부를 하려고 했으니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타자조차 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문장과 문단을 길고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 어려워졌다 싶었는데 이게 약의 부작용이라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성인 ADHD 같은 질병이 내게 추가된 것은 적어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가만있지 못하는 증상이 비슷해 보일 수 있으니 나와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가능한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방문하여 증상을 말하고 검사를 받아보는 걸 추천한다.
이제 내일 약을 먹으면 어느 정도 집중을 할 수 있을 듯싶다. 더 이상은 책 한 줄을 읽는데도 진이 빠지도록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시간이면 수십 페이지는 족히 읽을 수 있는 책들을 하루 종일 몇 페이지 붙들고서 진행도 못하고 있는 자신에게 염증과 혐오를 느끼던 찰나였다.
그러다 보면 책을 좋아했던 예전이 떠오른다. 비가 오는 날이면 시골 통나무집 2층 창가에 앉아 두꺼운 고전 문학책의 문지를 털고 하루 종일 읽고 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한다.
이야기를 참 좋아했던 내가 이제 이렇게 내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과거의 나에게 미안한 건 기쁨과 행복이 아닌 병에 대한 이야기를 써줘야만 하는 내 현실에 대해서이다.
이제 평안히 독서와 작문에 집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