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 이야기
아프다 힘들다 말하는건 쉬운 일도 좋은 일도 아니란 인식이 있다. 그 말을 듣는게 심리적으로 부담이 많이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한다는게 꼭 좋은 일인 것은 아니다.
듣는 사람의 마음마처 지칠 만큼 히스테리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주변에 피해를 줄 까봐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 아는가? 양 쪽 모두 누군가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는 형태의 마음가짐이다.
징징댄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힘든걸 하소연 하며 쏟아 버리길 바라는 마음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혼재하는 단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실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억해두면 좋을 것이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안으로 썩어들어가다가 생겨버린 병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 전까진 누군가에게 조리있기 털어놓지도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
큰 용기가 필요한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나 요즘 처럼 냉소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며, 무엇을 하더라도 비판으로 둔갑한 비난 어린 반응을 받기 쉬운 시대에는 특히 그럴 수 있다. 좋은 대답을 좀 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당신을 신뢰하고 있거나, 절박한 심정으로 당신을 붙잡고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는 것일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있을 때 마다 천천히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때로는 먹는 약보다 뱉는 말과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타자의 아픔을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 은근한 마음으로는 징징거리고 싶은 그 심정을 가지고 그대로 내게 와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어른도 아이도 각자의 시기에 행복이 있고 힘듦이 있기 때문이다. 종종 가까운 이들이 그동안의 묵은 설움을 내게 와서 털어준다는 사실이 내겐 기뻤다. 나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말들도 있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말이 아닐수가 없다.
징징대는 말을 한다고 해서 상태가 쉽고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곪은 상처의 고름을 빼내듯 그 마음의 곪은데를 조금씩 짜내지 않으면 완전히 썩어서 못쓰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있듯 누군가도 당신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비록 우리 사회가 이젠 그러기 어려울 만큼 삭막해지긴 했어도 나는 여전히 빛이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호의와 환대를 베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또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