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에서 자유를 찾다

자유로운 글 쓰기

by 광규김

글을 쓰다보니 자유로워졌다는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온게 아니다. 자유롭게 글을 쓰다보니 글의 방향성을 완전히 상실한 때가 왔음을 말하고 있다.


많은 글을 쓰려고 했고, 매일 글을 쓰려고했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할 일을 했고, 때로는 숙제를 하듯 지겨운 작문에 마침표를 연신 찍으며 글을 게시했다.


처음에는 심리로 시작했고, 감성시, 신학, 역사, 우울증 등 다양한 에세이를 남기며 나의 글의 방향을 정해보려고 했다. 때로는 무던히 필체를 찾고 싶어서 문장에 메달려보고, 짜임새있는 글을 위해 문단과 문단을 생각하며 긴 호흡의 글을 쓰기도 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로는 약기운을 몰아내며 되지 않는 집중을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애를 썼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을 하면서 내 영혼은 다시금 외로워졌고 나는 작문에 권태를 느끼며 어떻게든 글 쓰기를 이어갔다.


그것이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나 자신이다. 주제도 없고 방향도 없이 이제는 바람에 떠밀리듯 글을 쓴다. 한문장이면 할 말을 5분은 말해야할 글로 늘리는 작업도 지겹고 지면을 채우기 위해 글을 계속 이어가는 일도 구역질 난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계속해서 써야만 한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며 밀려오는 자괴감과 자신을 파괴하는 부정적인 충동으로부터 스스로를 옮겨놓으려 애쓴다. 그렇게 바라보면 측은하면서도 안쓰러운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


때로는 갈채를 받고 때로는 지탄을 받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누구도 찾지 않는게 아닐까. 사람과 함께 먹고 살아야하며, 사람이 모여야 잘하고 있음이 입증되기 쉬운 사역이라는 본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사람의 반응 하나 하나에 목을 메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나올지 어떻게 바라볼지도 모르면서 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자유를 찾았다. 아무것도 쓰기 싫고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던 어느날 나는 '글 쓰기 귀찮다. 안그래?'라는 글을 남긴다. 이젠 형식과 주제에 상관 없이 의미 그대로의 수필을 남기고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이런 주제, 이런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과 강박에서 벗어나 쓰고 싶은 글을 쓰게 되었다. 마치 수영 강사의 가르침에만 맞춰 허우적 거리던 과거를 집어던지고 자유롭게 헤엄을 치기 시작한 자신을 발견한듯 나는 글 위에서 노닐고 있다.


누군가를 따라해야할 것 같고, 어딘가로 향해야할 것 같은 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지금 나는 자유롭다. 지금의 글은 가장 솔직한 내 마음이고 지금의 글은 그저 손 끝이 움직이는 대로 나오는 야성과 날 것 그대로의 문장들이다. 누군가는 이런 글을 혐오할 수 있다. 자유롭고 정제되지 못한 언어는 문학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하나의 문장을 짜내기 위해서도 고민을 하고 고생을 하고 있다.


글을 쓰며 자유를 얻었다. 사고의 자유, 집필의 자유를 얻었다.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나비 처럼 훨훨 날아갈 일만이 내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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