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열 편이 넘는 가사를 썼다. 본디 시를 쓰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괜찮은 시 한 편을 완성시키는 일은 모든 체력과 정신력을 집중해야 겨우 한 문장 나올까 말까 한 일이다.
그러나 가사를 쓰는 일은 단순히 시를 쓰는 일과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하여 시가 단순하게 쓰일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가사를 목적으로 쓰는 글은 고려해야 할 것에 차이점이 있다는 걸 서술해두고 싶다.
멜로디를 염두에 두고서 글을 쓰는 건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적당한 어휘를 발성을 생각해서 적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읽는 사람의 음률의 문제로만은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곡하는 사람과의 연계가 중요하거나 아예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는 게 편할 때가 있다.
앨범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로 평생 남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만큼 앨범을 준비하는 데 있어 신중함을 기울인다. 가사 한 글자, 음표 하나 허투루 쓰지 않으려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음반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가사를 쓸 때면 나 역시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 피드백을 받고 다시 가사를 고치는 일은 싫지는 않지만 꽤나 수고로움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나 역시 여러 차례의 퇴고를 거치며 최상의 상태로 가사를 전달해주고 싶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때문에 가사는 한 호흡에 끝나는 작업이 될 수 없고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시간이 더 많이 드는 수고로운 작업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싫진 않다 누군가와의 연계적인 과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고 작품을 내는 일련의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다.
나의 글이지만 나만의 글이 아닌 것. 내 마음과 머리에서 나왔지만 다른 이들의 마음과 머리에 심겨 결실을 맺어야 하는 것. 나는 그것을 좋은 글의 척도라 보고 있고 내가 글을 씀에 있어서 잊지 않고 지키려는 철학이자 철칙으로 삼고 있다. 누군가의 노래는 오래도록 여운으로 가슴에 남아있는 곡조가 되기 때문에 나는 가사를 쓰는 일을 참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들을 참 좋아했었다. 지금은 그림을 완전히 포기하고 손에 잡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펜을 손에 쥐고 있다. 미술 계열의 직업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서 나는 내 심상을 표현할 길로써 그림이 아닌 글을 선택했다. 어느덧 생각과 마음이 굳어질 나이가 될 무렵 나는 노래를 쓰기 시작했다.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전에는 싫어했던 감성이 담긴 글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마음이 어느새 병들어 삭막해지던 시기의 이야기다.
내가 그림을 내려놓고 글을 쓰기 시작하며 느낀 것은 나는 사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무언가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를 사랑했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며 나는 오히려 내가 더 잘하고 더 좋아하는 일들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한 편의 시를 쓴다. 마음에 그리며 눈앞에 적어 내려 간다. 이 글을 듣고 읽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내가 그린 그림과는 사뭇 다른 그들만의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림보다 글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다. 전해주는 정보량은 적지만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 글을 접하게 되는 이들에게도 무언가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고, 가슴에 차오르는 꿈이 있기를 바란다. 내 글로 그 마음을 잇고 점차 더 자신의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 혼자 좋자고 쓰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 쓰이는 가사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혼의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잠시 설교의 원고와 영상의 시나리오 그리고 노래의 가사를 쓰기를 멈추고서 브런치에 들렀다. 이곳에서 내 글을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이 마음을 전하며 당신에게 있는 빈자리를 채우는 진심이 담긴 글들을 부디 받아줬으면 한다. 그렇다면 나도 행복하게 계속해서 펜을 잡아 써 내려갈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