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떨어진 우울증 환자

큰일났다

by 광규

3주에 한번 병원을 찾는다. 교수님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처방을 받는다. 왕복이 3시간 걸리는 거리를 단 몇분을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고 할만큼 나의 상태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 마침내 나도 우울증으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워질까 괜한 희망을 품기도 한다.


[약이 떨어졌다]

약이 다 떨어졌다. 그럴리가 없는데. 정확히 하루치가 부족하다. 그러면 안되는데. 내가 어디서 잃어버렸거나 언젠가 실수로 하루에 두번 복용했을지도 모른다. 받아들면서 정확히 확인을 했으니까 아마도 나의 실수겠지.


그래서 오랜만에 약이 없는 밤을 보내야한다. 몇달만이었던가. 작업을 위해서 일부러 약을 하루 먹지 않은 날을 빼면 아침 저녁으로 거르지 않고 매일 약을 먹어왔다. 꽤 긴시간이었다.


생각이 밀려온다. 감정이.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리듯 나는 내 마음에 쓸려내려간다. 자신 없는 밤이다. 오늘은 편하게 잠들긴 글렀겠지.


이제 마치 병원에 미처 가지 못한, 혹은 병원 치료를 피하고 있는 환자들과 같아졌다. 그들의 마음도 이와 같았을까. 나도 그렇게 살았었지 하면서 가슴을 움켜잡는다.


[습관]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오래전 하던 습관적인 말이 어느새 다시 입 밖으로 나온다. 괜찮은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아무도 몰라주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말을 한다. 그게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작은 위로가 되겠다.


어딘가엔 나와 같은 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여름이 지나고 길어져가는 밤을 맞이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홀로 아파할지 모르나 그대가 우주에서 완전히 외톨이임은 아니란걸 전해주고 싶다.


아프고 힘들때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해왔다. 내 작은 습관이었다. 그들을 공감하며 그들을 떠올리며 견디려했다. 이걸 버텨내서 언젠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말들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램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소중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깊어진 밤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뭐 어떤가 살면서 십년을 넘게 그렇게 살았으니 익숙한 시간대에 나는 마음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그 시간을 흘려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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