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의 말들
"건강한 사람들은 긴장의 감소보다 더 많은 긴장을 원한다. 판에 박힌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경험을 찾는다."
인격 심리학의 권위자 고든 올포트의 말이다. 그는 사람의 천성은 바뀌고 그럼으로써 사람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우울증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자극이 되는 일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었다. 내가 이 병을 극복하기도 전에 무리해서 극복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 애썼다. 내가 나의 가능성과 존재를 은연중에 의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아껴주고 위해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나의 발목을 나 스스로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자극을 통해 성장하고, 건강한 자극을 통해 내 마음이 치료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로 수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내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심리학자들의 말들을 읽던 중에 다시 한번 올포트의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삶을 지속하는 유일한 방법은 완수할 과업을 가지는 일이다."
내게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을 찾는 방법 또한 내 마음에 있었다. 하지 못해 억울하고 슬픔이 되는 일. 끝내 한으로 남고 내 아픔의 일부가 된 가시로 박히는 그런 일이 바로 내가 진짜로 사랑하던 일이었으니까.
그것이 내겐 음악이었고 사역이었으며 글을 쓰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 있어 사람과 세상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은 삶의 목적을 만드는 것이다. 인생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당신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마다 소명이 있음을 각인시키는 것이 바로 삶의 불씨를 불꽃이 되어 타오르게 하는 방법이다. "소명" 그것이 내가 살고 죽어야 할 이유였다.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하다가 죽을 것인가.
마음이 병이 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이 온다. 그것이 우울증이 정말로 무서운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채로 살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쉼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그때 나는 괴로워했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고 안절부절못할 때도 있었다. 내게 필요한 건 삶을 위한 발악이었다.
그 무엇조차 할 수 없는 순간이 내게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것이 우리가 앓는 병이 아니겠는가.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노래를 불렀다. 내가 내는 목소리에 집중하며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나 스스로 내뱉는 호흡과 감정에 빠져들었고 그런 감각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나와 내 팀의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내가 잘나고 대단해서 내가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얘기를 하려고 온 게 아니다. 나는 여전히 2주에 한번 병원을 찾아야 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만 나와 같은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삶을 이어갈 수 없을 때 삶을 지속하게 하는 무언가 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겐 그것이 당신이 될 수 있고 당신에게 전하고픈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내 삶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는 소명감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꿈을 이루거나 그러지 못할 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또 그 순간의 소명에 따라 살면 된다. 사랑이 우리를 살게 한다. 사랑을 하는 것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삶을 진정 삶으로 만드는 것이다.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일이 당신에게도 있었다면 좋겠다.
"The only way to endure life is to have a task to comp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