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우 새미.

어른을 위한 동화 (우화편)

by 광규김

한 여우가 있었다. 동굴에 살며 너구리와 다람쥐와 친구가 된 여우였다. 붉은 털에 검게 물든 네 발과 새하얀 꼬리를 가지고 흰 수염을 늘어뜨린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얼마전부터 표정이 좋지 않았던 다람쥐 알버스를 만나러 갔다.


"알버스. 나야! 너의 새미. 지금 나무 구멍에 있니?"


"안녕. 사랑하는 친구."


"오늘은 기분이 좀 어때?"


"그저 그런거 같아."


꼬리를 축 늘어뜨린채 나무집에서 다람쥐 알버스가 나왔다. 이윽고 도토리 하나를 들고서 종종걸음으로 내려왔다.


"자 여기. 오늘 날 찾아와준 너가 고마워서."


"나야말로. 정말 고마워 알버스."


알버스는 누군가가 항상 반가운듯 했다. 항상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만남을 가질때마다 알버스는 밝아졌다. 그의 마음 속에는 빈자리가 큰 것 처럼 보였다.


"새미야. 오늘은 어떤 일로 찾아왔어."


"우리가 만나는데 꼭 이유가 필요할까?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내가? 왜?"


"그냥. 네가 좋다."


알버스는 밝은 웃음을 꽃피웠다. 계절마다 피는 동백 처럼 붉게 물든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너는 힘든 일이 있니? 요즘 안좋아보였어."


"나도 잘 모르겠어. 나는 항상 이래왔는걸. 그게 요즘 들어 밖에 드러났나봐."


"어째서 나는 그동안 몰랐지? 미안해."


"아니야. 내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잖아."


알버스는 외로웠다. 일찍 가족을 잃은 뒤로는 항상 그 상실감과 싸워야했다.


"알버스 너가 많이 힘들다면 개울 건너에 있는 두꺼비 선생님을 찾아가는게 좋아보여."


여우 새미는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는 알버스의 마음을 다 이해할수는 없을 것이다. 새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 친구는 가여운 마음이 들게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런 이들은 두꺼비 선생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두꺼비 선생님?"


"응 너의 말을 몇시간이고 들어줄 수 있는 분이야."


"내일 한번 찾아가볼게 오늘은 너랑 대화하고 싶어."


"그럼 얼마든지. 지금 너의 마음은 있는 그대로 옳아. 나는 그 마음을 소중히 받을거야 항상."


"고마워. 나도 너 처럼 사랑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게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인걸..."


외롭지 않은 이가 어디에 있을까. 새미는 단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누군가에게 먼저 나눠주고자 했었다. 그런 예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외로워도 찾아갈 수 있는 친구들이 남아있는게 아닐까 알버스는 생각했다. 자신에게 도전이 될 수 있는 관계는 이 처럼 선향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도 너의 마음을 채울 수 있도록 할거야."


"고마워 알버스."


둘은 한참을 이야기했다. 알버스는 말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말이 길었다. 외로웠나보다. 새미는 누구보다 외로움을 잘 아는 여우였기 때문에 알버스의 말을 한참이고 들어줬다. 때로는 사랑이란 말함보다 듣는 것이 더 소중한 표현이 될 때가 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경청하는 마음이다. 기다릴 수 있는 인내다. 사랑은 때문에 오래 참고도 사랑은 온유하게 대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러한 오래 참음이 실천되는 마음의 밭 위에서 아름답에 자라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새미는 사랑이 필요했기에 사랑을 알았다. 새미는 사랑이 필요했기에 사랑을 전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보답은 적을지 몰라도 새미는 사랑을 주면서 사랑으로 채워졌다. 그렇게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마음이 사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라 말할 수 있었다.


사랑이란 그런 고마움의 연속이다. 고마움이 쌓이고 쌓이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항존하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 말한다. 사랑은 더 채우지 못해 미안하면서도 채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사랑은 그런 역설이 있었다.


새미는 알버스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혼자 긴 산길을 걸었다. 그래도 새미는 지는 해 앞에서 외롭지 않았다. 많은 이들은 저무는 노을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알버스도 오늘은 그렇게 울 것이다. 그러나 외롭지 않음은 서로의 마음은 진실로 받아줄 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red-fox-g5e39a60ca_1920.jpeg Pixabay로부터 입수된 Eduardo RS님의 이미지 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