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폭력은 그 완전한 기원을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해왔다.
역사는 힘의 자취를 쫓는 무언가였다. 시대를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흐름이 사실상 사람들이 주목하는 주된 역사란 것이었다.
최근 고고학적 발견에 따라 떠오르는 하나의 가설이 있는데 그것은 괴테 클리 테페와 관련이 되어있다.
배불뚝이 언덕이란 뜻을 가진 이 유적지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이다.
기원전 900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적지가 사학계에 충격을 가져온 이유는 인류 발전사를 다시 써야 할 정도의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류는 수렵채집의 생활에서 농경시대로 발전을 했고 정착민이 늘어나고 도시와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수에 의한 조직력과 협동 노동이란 문화가 생겼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이 발견으로 인해 완전히 뒤바뀐 가설은 먼저 수렵 채집의 시기에 종교가 있었고, 그 종교적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정착 문화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처럼 종교는 단순히 문명의 시작보다 더 오래된 역사가 있으며, 원시적인 형태의 개인적 신앙을 넘어서 집단적인 신앙와 경험을 공유하는 종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을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해졌다.
인류사에서 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폭력과 자애의 역사가 종교와 함께 해왔기 때문이며, 문명과 학문 역시 종교와 아주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단지 종교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종교적 이유로 광범위한 자선이 이뤄지기도 했다.
오랜 시간 종교는 지배 계급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와 원리를 종교적 교리로 해석하려는 시도 역시 있었다. 그러나 세속화되어가는 역사의 흐름 속에 기존 종교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교리는 점점 도태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여전히 역사를 움직이는 주요한 힘 중 하나로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인문학적인 교양을 위해 이 종교란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초기 문명의 종교는 우주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하여 신들의 통치와 결부되는 지배계층의 통치에 이어지기까지 짜임새 있는 교리를 구성했고, 종교는 전쟁과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해왔다. 고대 근동에서 도시 간의 전쟁이란 천상의 신들 간의 전쟁을 재현하는 것이었으며, 그 승패 역시 신들의 전쟁과 위계가 바뀌는 과정으로 이해되어 왔다.
지역의 패자로 군림했던 여러 제국과 도시의 신들은 교리에 따라 여러 세력을 규합한 최고신의 자리에 올랐고 이런 신들의 위계에 따라 사람들의 처지가 갈라진다.
고대 근동에서 인간이란 신의 노동을 대신하고 신을 기쁘게 하기 위한 존재였으며, 지배계층은 이런 신들의 대변자이자 현현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들이 있었고, 그들의 신탁에 따라 전쟁의 여부 역시 결정되기도 했다. 교리에 따라 법이 생겨났고, 도시 간의 조약은 신들의 이름으로 이뤄졌다.
초기 형태의 문명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기까지 종교는 다스림을 이야기했고, 누군가의 대변자가 되어왔다. 종교는 폭력의 정당화가 되어왔고, 지배와 폭압이 종교의 이름으로 이뤄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역사의 암울한 면을 종교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끔찍한 학살과 전쟁은 종교의 이름으로 치워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종교로 인해 일어난 폭력은 인류사 전체에 빗대어 본다면 그다지 큰 역할을 차지하지 않았다.
진정한 폭력은 인간의 잔학성과 이기적인 마음과 탐욕으로 인해 벌어진 것들이었고, 이런 탐심과 싸워왔던 것이 인간 이성의 도덕심이었고 종교의 교리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무조건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크나큰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