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필요와 역할에 대하여
사람간의 사이가 저 섬들 같이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배와 나침반이 하나 있다. 우리의 소원해진 발걸음이 다시 왕래하도록 이끄는 간절함이 있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사람을 알고 사람을 깊이 묵상하는 이 학문이야말로, 사람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는 호수에 잠기는 단비라 할 수 있다.
인간이 가지고있는 문화와 사상에 대하여 탐구하고 깊이 묵상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고서는 성립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문학은 사람의 친구다. 그리고 우리가 잊어선 안될 가치가 되기도 한다. 인문학은 전승이 있다. 우리가 이해하고 유지할 전통이 우리 사이에 스며든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 현대에 존재할 위치가 아닐까 싶다.
지금 이시대 많은 이들이 방황을 한다. 기껏 학문을 배우고 취업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정작 사람을 모른다. 경험적으로 아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넘어선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있다. 그 밖에도 수많은 고민이 희박해져가는 요즘이다.
사람을 모르기 때문에 사람이 외로워진다. 사람에게 다가가서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간의 사이는 더 멀어진다. 영혼이 가난해지고, 피폐해진다. 그 위에 내리는 빗물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 사이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 말할 수 있다.
점점 더 희미해져가는 도덕을 위해 인묵학이 필요하다. 시장이 세계를 장악하고 세계의 논리가 시장의 논리로 움직인다. 또 다른 다스림의 논리가 부족해져가는 이 때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기준에 대해 탐구하고, 정의에 대해 사고한다.
그것은 사상이 되며 사람들의 삶에 지배적인 영향을 행사한다. 올바른 사상을 가지고 그것을 더욱 발전지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계과 관계도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인문학이 가져야할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취업만을 위한 학업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시험과 취업에 불필요한 역사와 학문은 버린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잃어가는 것은 인격의 충만함이었다. 풍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 합리주의에 대한 반박은 역사가 가져온 사상과 전쟁의 광풍으로 반박되었다.
그러나 다시한번 인문학이 도외시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아를 확립하고, 어른의 마음이 버티며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갈 수 있게 해주는 생각의 깊이가 바로 이 인문학적 깊이에서 나온다.
그것이 반드시 사람을 도덕적으로 만들어준다고 할수는 없으나 사람과 사람의 가치를 묵상하게 하기 때문에 사람의 이기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나는 지금 인문학을 전공할 것을 요구하는게 아니다. 적어도 고전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준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함을 말하는 것이다. 역사를 알며 그것을 보면서 교훈을 얻어 정신과 삶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인문학적 깊이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적어도 무분별한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이란 구도를 반박하고 인격을 인격으로서 대할 수 있는 소양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질의 충만함이 극에 치닫는 현실에서 정신의 가난함은 팽배해지고, 그에 따라서 불평등 역시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