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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내온 것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by 광규김

삶을 돌아보면 곳곳에 새겨진 나의 족적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나온 길을 바라보며 그 모든 게 다 은혜였다 말할 수 있는 삶은 참으로 복이 있는 삶이다. 은혜란 본디 나의 노력과 능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은혜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삶은 허탈함이 아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말할 수 있다.


모든 일들 지나 보내고 이곳까지 올 수 있었음이 나에게는 하나의 큰 복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울고 울었고, 행복했으며 불행했다. 항상 좋을 수는 없었고 모든 일이 언제나 나쁘게 흘러가지도 않았다. 어느 날에는 웃을 수 있었고, 어떤 날에는 울 힘마저 없어 움츠려 흐느꼈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은 지나갔다. 그래... 전부 지나갔다.


그럴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보낸 시간을 회상할 수도 있는 게 아니었을까. 어찌 되었건 간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언제나 조심스럽게 한다. 누군가에는 상처가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나는 이 말이 최대한 기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살아간다. 삶이 누구에게나 축복이 될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계획을 짠지도 어느덧 일 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많은 글을 남겼다. 때로는 한 글자도 적을 수 없을 만큼 공허하고 괴로웠던 적도 있다. 아마도 그런 시간은 언젠가 내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땐 내가 오늘을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써지지 않던 글이 써지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위한 계획을 짤 수 있던 그런 날도 있었음을 말이다. 그 추억으로 살고 그 기억으로 담담히 내일을 기다릴 수 있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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