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방인의 고백

묵상

by 광규김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던 순간에 이방인이었던 로마군의 백부장은 말했다.


"그는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나무에 달린자는 자신의 영혼을 하늘의 아버지께 의탁했고, 다 이루었다는 말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수시간에 걸쳐 이뤄지는 가장 끔찍한 형벌 십자가 위에서 이뤄진 죽음이었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로 예수를 따르던 자들은 제자 삼음을 목표로 그들의 교리를 세계에 전하기 시작한다.


초대 교회는 사회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유대교의 한 종파 정도로 이해됐다. 그들은 힘이 없었고 핍박을 피해 숨어들어야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약자였으며 소수된 자들이었다.


로마의 황제 콘티탄티노스에 의해 로마에서 기독교는 공인된 종교가 되었고 얼마지나지 않아 종교가 지배하는 세계가 한 시대에 그늘을 드리우게 된다. 종교는 다수가 되었고, 종교가 권력이 되었다. 힘에 취한 그들은 스스로 만든 제도 속에서 층을 나누었고 사제라는 것이 교회에 생겨남에 따라 성서는 소수를 위한 사치품이 되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 시대도 끝을 맞이하고, 기독교의 시대는 르네상스가 시작됨에 따라서 본격적으로 그 힘을 잃어갔다. 하지만 쇄잔했으나 종교는 여전히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종교는 다수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개혁의 운동이 일어났고, 기독교는 로마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뉘어져 오랜시간 피를 흘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는 하나님의 이름을 외치며 칼을 집어들었고 땅에는 수많은 자들의 피가 흘렀다.


핍박을 받으며 세계로 뻗어나갔던 종교는 이제 세계에서 핍박을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토록 찬란한 궁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도 여전히 하나님의 나라는 임하지 않은채로 있었고, 그들의 종말은 완성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합리주의와 여러 이념이 몰고온 광풍에 거대한 전쟁이 일어났고 세계가 서로 갈라져 총과 칼을 휘두르며 전쟁을 하기 시작했다. 끔찍한 전쟁속에서 어떤 교회는 최악의 독재자를 옹호하기도 했고, 어떤 교회는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큰 노력을 쏟기에 이르렀다.


모더니즘의 시대가 끝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이른다. 세속화된 세계에서 종교는 더이상 절대다수라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었고 과거의 영광을 계승하는 정통성을 과시하고 있었다. 한국에도 있다. 서로가 장자교단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자 그렇다면 이 길고긴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계승했던 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수많은 믿음의 조상들이 있었고, 수많은 순교자들이 있었으며,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의인들이 이웃을 섬기며 사랑했다. 어쩌면 그들이 있었기에 여지껏 우리는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대는 빠르게 세속화되어가고 있고, 종교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기준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무엇이 선하고, 무엇 때문에 선해야하는지는 여전히 과학으로는 다 이야기할 수 없는 믿음과 신념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나는 그곳이 바로 종교가 일해야할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날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었다는 고백은 이방인 백부장의 입을 통해 이루어졌다. 훗날 교회가 그토록 핍박하고 차별하던 이들을 대표하는 세상과 세상속의 이방인이었다. 교회가 만들어낸 이방인은 외로웠고, 그들은 고아와 객을 환대하지 않았다. 억울한 이들의 송사는 하늘에 닿았고, 이사야서의 저자가 말하였듯 그들의 향기로운 예물은 지독한 것이 되어 신의 싫증을 샀다.


신념은 다수에게 큰 힘을 발휘해야하지만 다수의 편에서서는 안된다. 신이 우리의 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가 신의 편에 서야한다. 그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다.


그날 백부장은 말했다. 그는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진정 의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던 고백은 지성소의 휘장 앞에서가 아니라 골고다의 언덕에서 나왔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찾으러 왔었고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저들의 편에 서있음으로 우리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다가가야한다. 그들 속에 그리스도가 있고, 그리스도가 그들의 중에 함꼐하기 때문이다.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던 바로 그 순간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소명을 걷는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