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겪다 보면
투박한 위로가 때로는 정으로 느껴질 때가 있듯이 오랜 시간 공들인 마음이 빛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사람들은 모르는 회색 도시 속의 유리알들처럼 빛나는 저마다의 인생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곁에 있어줄 수는 없었지만 귀중한 결심을 갖게 해 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오늘의 글을 써보고자 한다.
하루는 하루 종일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괜찮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장 친한 친구들도 나를 보고서는 혹시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냐고 걱정하며 물어봤었다.
그날은 유독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지만 밀려오는 우울감을 떨치기는 어려웠던 그런 날이었다. 걱정을 끼치는 것을 싫어했다. 때문에 나는 애써 표정을 숨기며 괜찮다고 말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나는 정말로 괜찮았다. 그날은 단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그런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마음도 가슴에 품지 않은 채로 텅 빈 인형처럼 하루를 살아가던 그런 날일 뿐이었다.
그날은 유독 마음이라는 게 무거웠다. 어찌나 무겁던지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겨워 표정이 일그러지기까지 했다. 나는 그런 것을 누군가와 나눠가지고 싶지 않았다. 어떤 마음은 나누지 않고 오직 나만의 마음에서 끝내버리고 싶은 그런 순간이 있는 것이다.
오늘은 어떤 마음을 품고 나는 숨을 쉬고 있을까. 내가 품은 마음의 고도에 따라 가파른 숨을 쉬기도 하고 때로는 무게에 짓 둘려 헐떡이기도 한다. 마음의 기복이 있기 때문에 우울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프다고 해서 언제나 아픈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신기하리만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날이 있으며, 때로는 스치는 바람마저도 통증으로 느껴져 밖으로 한 발자국 조차 나갈 수 없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 내 마음은 큰 고민에 빠진다. 내가 이대로 계속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나 그런 날이 하루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남에게 기대고 싶지는 않지만 힘겨운 그런 날.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찾아오는 그런 날이다.
그럴 때 나는 말한다. '내 주여 내 손을 꼭 잡고 가옵소서.' 인생이 힘들고 고난이 겹칠 때에 내 손을 붙잡고 놓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 그런 마음을 그분은 아실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기도한다.
기도가 닿을지는 나는 알 수 없으나 단지 그러리라 하는 믿음이 내게 전능자를 찾게 한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이기 때문에 무언가 기댈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짐은 누구와도 나눠지고 싶지 않았으나 어쩐지 나는 누군가의 짐을 함께 들어주고 싶었다. 내게 정말 필요한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값없이 나눠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그 마음이 사랑이라 믿는다.
누군가 가물고 메마른 땅에서 외치고 있을 때에 혹여 그럴 힘조차 없어 메말라 죽어가고 있을 때에 그곳에 단비를 내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죽어가고 있으나 생명을 주고 싶었고, 나는 스스로의 죽음을 간절히 원했으나 누군가에겐 삶이 되고 싶었다.
이토록 모순적인 마음을 품고 모든 순간을 살아간다. 삶이란 어쩌면 이 아이러니를 이겨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으로써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실현시켜나가는 그런 과정 말이다.
우울증을 겪다 보면 이처럼 어떤 순간에 어떤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순간마다 그 마음이 다르지만 여느 삶이라고 그것이 다를 게 있을까 싶다. 자신의 마음을 감당하며 오롯이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와 당신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