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신앙이 한번 완전히 무너진 적이 있다. 신학 공부를 하면서 보다 급진적인 방향의 학문을 위주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겪은 일이었다.
그것은 그동안 쌓아올렸던 신앙의 골자를 한번 부수고 재정립하는 과정을 겪어야함을 의미했고, 나는 장시간 신앙적 방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방황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며 나를 고민과 고뇌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 뒤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맹목적인 신앙을 버리고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는 믿음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가져왔던 믿음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은 오히려 더욱 확고한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공부를 하는 동안 새로운 방향으로 나의 믿음은 쌓여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그저 좋게 예쁘게 믿어왔던 신앙은 그저 모래 위에 쌓아올린 누각이라 말할 수 있겠다. 지금은 반석을 쌓고 땅을 고르는 과정을 막 마친 상태이다.
간혹 신학을 공부하다가 믿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것이 당연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정도로 흔들릴 믿음이었다면 사상누각이었을테고, 거기서 흔들리지 않을 정금 같은 것들이 나오는 과정을 겪게 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포용력있고 논리적인 신앙을 구축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믿음에 의문을 갖지 않을때 신자는 광신을 마음에 품게된다. 그러나 스스로의 믿음에 의문을 가지며 의심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성도는 거룩함에 눈을 뜨고 공의와 정의에 초점을 맞춘 본질에 더욱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참 많지만, 나 역시 부족함이 많기 때문에 아직은 수면아래 잠겨 나의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다만 해주고 싶은 말은 그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말고 몸을 맡겨보라. 이것을 전해주고 싶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에도 있고 또다른 어딘가에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