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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말하는 사람이 없는 날에

by 광규김

행복한 이들은 나를 잘 찾아오지 않는다. 내 시선이 어딘가에 머물게 되었을 때 그의 아픔을 본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며 언제나 이 말을 건넨다. "잘 지내지? 행복해야 한다."


힘든 날이면 나를 찾아와 한참을 하소연을 하고, 말없이 한참을 앉아 마음을 추스르다가 다시 떠나보낸다. 이제 한동안 연락이 없을 테지만 단 한 번도 서운하지 않았다. 힘들고 외로울 때 문득 생각나는 그런 사람으로 내 삶을 마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좋은 이야기를 듣기가 힘들다. 한참 '힐링'과 '위로'라는 키워드가 유행을 타고 범람했을 때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들 했지만 사람들의 처지는 나이지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금 이대로라도 괜찮아'보다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야'라는 소망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닥을 치기 전까진 '이제 좋은 일이 일어날 일만 남았어'란 말은 쉽게 꺼낼 수 없다. 그리고 대개 바닥에는 더 깊은 지하가 있다는 말이 나오듯 안전망이 없는 경우에는 끝없는 추락을 경험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간대가 바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마치 꽃을 피운 지 오래된 공터 같다. 사람들의 마음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요즘 아이들은 공터에서 놀지 않는다. 더 이상 그곳에서 그들이 되고 싶은 역할을 연기하며 꿈을 꾸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도 이 처럼 언젠가부터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나는 '믿어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확신이 부족한 나에게 내가 바라고 또 가려는 길에 응원과 믿음을 건네주는 이들이 참 고마웠기 때문이다. 언제나 가장 어두운 날에 한걸음 더 내딛으며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믿음이 내 발의 등불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책임 없이 그저 '잘 될 거야'라는 말로 내 무관심을 애써 감추려는 말보다 진심으로 그들과 함께 그들의 바람을 바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게 그런 사람이 가장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잘 될 거란 걸 믿고 누구보다 그들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망설이는 이들의 등을 떠밀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 먼 길을 가야 할 테지만 외롭지 않도록 우리는 저마다 다른 꿈을 품고 살지만 늘 동행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사랑한다'는 말로 함축하고자 했다.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 없는 날에 사랑은 여전히 세상의 빛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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