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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흔들리더라도

by 광규김

확신과 일관성은 우리 인생의 가장 큰 환상 중 하나다. 의외로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길은 피폐한 광신만이 해묵은 자기중심성을 위로해줄 뿐이다. "나는 그 맨 앞자리에서마저 흔들리고 있었던거야" 언젠가 한 선배가 내가 해줄 말이다. 4년간 대학교를 다니고, 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일주일에 네번씩있던 교내 채플에서 언제나 가장 앞자리에 그것도 총장님의 바로 옆자리에서 예배를 드리던 한학년 위의 선배였다.


그는 이미 유명인사였다. 스스로는 두루다니며 어울려지내지 않아도, 그를 아는 사람은 많았다. "언제나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던 특이한 애",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대단한 사람". 그러나 언젠가 그 선배가 나를 만나 이런 마음을 터놓았다. 사람들은 자기가 특이하고 확고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정작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길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서 그 자리를 지켜온게 아니었다. 그는 모두의 앞에서 고민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의 말은 한결 같았다. "오히려 흔들림 없이 걷는 사람이 더 위험한 사람이다." 오히려 더 아끼고 사랑하는 분야일수록 현실과 자기 자신과 앞으로의 전망등 신경써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설령 목회자라고 할지라도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 생각을 의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컸다. 양적 성장이 아닌 인격의 깊이를 대어볼 때 자신을 강하게 밀어낼수록 누군가를 더 잘 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인생에서 꿈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그 길을 실제로 가는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책임지고 잃을게 많아질수록 리스크를 지고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적어도 나와 비슷한 세대가 받아왔던 교육은 아이들이 꿈을 꾸는데 적합하진 않았다. 그래서 더욱 꿈을 가진 이들이 돋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그들의 마음도 고민과 흔들림 속에 있다.


인생은 정답이 없어서 어렵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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