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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Nov 18. 2022

서툴러도 값진 걸 사랑이라 한다.

당연함은 소중함의 또 다른 표현이 될 수 있다. 늘 옆에 있는 건 늘 곁을 허락했다는 것과 동의어라 할 수 있다. 사라지면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끼고, 멀어지면 왠지 모를 섭섭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익숙한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앎은 두려움과 대체로 반비례하며 관심과 정비례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위로하고 의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종종 소중한 관계를 대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사랑이 미움보다 서투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내가 받을 때라야 편해지고, 미움은 내가 쏟는 것이 더 손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숙해도 싫은 것이 받기 미움이고 서툴러도 값진 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한다.


5월. 가정의 달이란 시즌은 어디에나 가족과 관계된 많은 행사들을 접할 수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함께 있는 이 달은 박 씨를 전해준 제비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인색했던 표현을 전할 좋은 구실을 물어다 준다. 


그맘때쯤이면 학교나 어린이 집에서도 어버이날을 위한 작은 행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주소비자인 부모님들이 기분이 좋으라고 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아이들이 마음을 표현하고 그것을 위해 그동안 자신의 삶을 채워오던 배려와 품어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가진 부모라면 그 누구도 아이들이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제대로 구성도 되지 않은 문장을 적어 가져다준 편지를 싫어하진 않는다. 고사리처럼 작은 손에 담긴 알록달록한 편지지는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서투른 표현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투박해도 그것이 나를 향해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을 환기시킨다. 때로는 결과와 무관하게 동기와 의도 자체에 가치를 두는 기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저 물질로 감사와 정성이 대변되는 어른들의 세상에서 네닷살난 꼬마애가 가져다준 편지는 부모가 그토록 고생하면서도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이 작은 아이를 입히고 먹이는 게 어느새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이야기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사랑은 그것에 국한되지 않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것이다. 인격은 관계를 맺으며 자기를 찾고 상대를 기억하는데 그 가운데서 조금 서툴러도 값지다 말할 수 있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말 없는 배려, 풍부하지 않은 표현 속에 담긴 진심. 사랑은 표현에 서투름이 있어도 그 품어온 진심에는 결코 어긋남이 없기 때문이다. 종종 그 표출이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곤 할 때는 이들이 그런 존재로 살아야만 했던 삶의 배경이 보인다. 그곳에서 그들을 짓누르던 삭막함과 그들이 몸으로 부딪히며 견뎌야만 했던 책임의 중량이 느껴졌다. 하지만 사랑은 그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던 이유이며, 그 버팀이 사랑의 서투른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발견할 때는 이미 그 사람에게 보답하기에 늦은 시기일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팬을 잡기로 했다. 내 나름의 사랑이었다. 나 역시 서투른 사람이라서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글은 경험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 글은 실수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짧은 통화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려한 문장가가 될 필요도 없이 하나의 단어만으로 뭉툭한 모든 감정을 담아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것은 분명 값질터다. 무의식 중에 가장 바라온 것은 보답을 바란 적도 없던 그곳에서 전해진 자그마한 감사와 인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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