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계획은 진짜를 만나면 산산이 부서진다. 사람들에게 변명으로 늘어놓기 위해 만들었던 생각들은 실제로 그 분야와 주제로 고민하고 일하는 이들을 만나면 민낯이 드러난다. 보기에만 그럴듯한 빈수레요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나는 건 한 순간에 일어난다.
[가짜가 드러난 날]
언젠가 존경하는 선배이자 아끼는 형인 사역자를 만났을 때 있었던 일이다. 지금 쉬고 있지만 뭔가를 시도하려고 했던 나는 서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는 그것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게 뭔데?' 순식간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의 꿈은 정말 막연했기 때문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췄고, 무엇을 위함이 아닌 그저 무엇을 하기에서 멈춘 짧은 생각이었다. 이미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하고 사람을 모으고 있던 그 선배 사역자와 달리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린애 장난 수준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를 만난 가짜는 그렇듯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하여 자괴감에 물든 채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는 없다. 돌처럼. 그래 돌처럼 단단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내가 나를 대하는 부분에서 만큼은 나 자신이 나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한 마음이 필요하다. 변명 뒤로 도피하고 현실을 부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현실을 또렷하게 마주해야 한다. 지금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디를 향해 첫 발을 띄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파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멀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막연한 계획 속에 있었다면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게 당연하다. 운으로 무언가를 얻은 게 아닌 이상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음 한 걸음을 어떻게 밟느냐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방향성과 더 세분화하면 뛰어갈지 사뿐히 걸을지부터 시작해서 안배해야 할 체력도 포함이 될 것이다. 어떤 속도로 걸어갈지 어디쯤에서 쉬어야 할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너무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가까운 오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
때문에 조급함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뒤쳐져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자존감을 깎아먹는 좀처럼 그대를 괴롭게 할지도 모른다. 그대가 꽃피울 계절이 있고 그대의 열매를 맺을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대는 그대만의 리듬에서 춤을 추며 연주를 하면 된다. 그대를 위한 기승전결은 오직 그대만의 인생 속에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일하게 있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우리는 매 순간에 절실해야 한다. 하루를 헛되이 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하루를 온전히 쉬는 날로 편성을 했으면 그날 정말 내 몸과 마음이 안식을 얻는데만 집중을 했다. 다른 자잘한 일을 위해서 감정을 소모하려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들을 먹고 마시며 보려고 했다. 그렇게 머리를 식히고 나면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당신의 결과를 보고 당신의 인생을 평가하겠지만, 인생을 살았던 태도는 이미 그 결과를 담지하고 있다. 원대한 목표는 피라미드와 같다. 때로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조차도 엄청난 행운이 따라줘야만 가능한 것이란 걸 깨달을 날도 있겠지만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날 처음 만난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노력은 배신한다." 교사와 수험생들과의 첫 만남에서 우리가 가장 처음 들었던 말이었다. 모든 노력이 성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때로는 전략과 운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대가 원하는 일정한 경지와 결실을 맺은 이들 중에서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건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말이 아닌가? 무작정 열심히만 해서 될 일은 없다. 그런 노력은 배신당하기 마련이다. 노력이 나를 배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노력보다 영악한 사람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삶이 필요하다. 어떤 목표가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한 더 작은 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보다 촘촘하게 쌓아서 빗물이 샐 틈을 주면 안 된다.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모든 힘든 여정을 마치기 위해서 아무것도 없을 당신을 가장 먼저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