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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엄마 Jul 06. 2022

깨어있는 부모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장의 순간은 부모님에 대한 우상화를 깨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부모님들은 그 시절 흔치 않은 딸 바보에 자식 사랑꾼 들이셨다. 그럼에도 본의 아니게 나에게 준 상처들도 물론 컸다. 내 뱃속으로 아이를 낳지 않고 좋은 사람이 없다는 핑계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끝끝내 몰랐을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우상화가 강했다는 것을. 결혼을 하고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부터 부모님과 나를 자연스럽게 분리해갔다.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삶. 이제부터 시작되는 원가족인 나와 남편 그리고 언젠간 태어날 아기 이렇게 세 식구에게 집중해 온전한 나‘로 살아보고 깊은 갈망이 컸다.         


  임경선 작가는 ‘태도에 관하여’란 책에서 자식은 부모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어른이 된다. 성장은 나의 부모가 나처럼 한낱 불완전한 인간임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부모와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산기와 조기진통으로 60일간 감옥 아닌 감옥 같은 병원 생활로 귀하디귀한 아이가 내게로 왔다. 지금도 나 아닌 누군가를 돌보고 케어한다는 게 에너지가 많이 쓰이지만 그 당시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었다. 초반 온전히 아이와의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가 자는 틈을 타 필수 육아 템을 주문해 사용하고 비싼 교구와 책을 소장하는데 에너지를 뺏겨 아이가 일어난 시간 오히려 피곤해 노는 아이 옆에 누워서 눈으로만 키웠던 적도 있었다.      


 쉽지 않은 시간을 엉뚱한 곳에 집중하며 버티려고 했다. 본질의 변화 없이 버티기만 하는 건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가 자기주장이 생기기 시작하는 18개월부터는 왜 그렇게 갑갑하던지 속이 타들어갈 듯 미칠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매일 반복되는 이 생활을 벗어던지고 뛰쳐나가고 싶은 갈망으로 나조차도 힘겨웠다. 일에 치여 퇴근해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울면서 하소연을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 순간 남편이 조용히 이야기했다. "너 아무래도 많이 아픈 것 같아. 병원 한번 가보자" 그렇게 난생처음 병원을 찾아 검사를 했다.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한 뭉치 받아와 먹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도 질 수 없는 약 한 뭉치를 거의 다 먹고 나서부터 병원은 더 이상 가지 않았다.     


 방실방실 웃으며 잘 놀고 있는 딸을 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는가 하고. 나보다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다.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 온전히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스스로를 힘차게 응원해주며 살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자랐음 했다. 그렇게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힘이 되는 엄마가 되어 주고 싶었다. 사랑을 가르쳐주고 싶은 사람이길 바랬다.      


 약과 병원의 도움보다 시급 한 건 나 스스로에 집중하고 나의 감정과 상처를 바라보고 대면하며 그동안 못했던 나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이 제일 우선일 것 같았다. 내가 편안하고 행복해져야 딸도 나만큼 편안하고 행복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당시 너무나도 바라던 키워드는 ‘평온’이었다. 그때부터 그렇게 최고다 여겼던 나의 부모님도 부족한 부분이 많으셨던 분들인 걸 깨달으며 인식하며 내가 가진 상처에 대해 온전히 쳐다볼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있어야 결국 나의 상처를 이해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시작으로 나는 길고 긴 시간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나의 성장은 멈추지 않으리라. 내 딸이 자라는 시간 동안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험들로 나는 한층 더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리라.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깨어있는 부모로 살겠노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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