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도
다율이와 규린이 인터뷰를 마치고 차가운 커피 한 잔에 정신을 다잡았다. 그러고서는 더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다시 공지천 유원지 인근의 산책로로 향했다. 고개를 내밀고 뜨거운 열기로 방꾸쟁이들을 힘들게 했던 태양은 자기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바깥은 더웠지만, 가장 뜨거운 시간대에 비하면 돌아다닐 만했다.
방꾸쟁이들은 바람을 맞으며 인터뷰이를 구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걸고 다녔다. 그런데 2시간, 3시간이 지났지만, 단 한 사람과도 그럴싸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가 져버렸다. 해가 지니 모기가 한 마리씩 끈적한 피부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한 명만 더 인터뷰하자!’라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걷고 또 걸었다. 그러던 중, 앞머리를 시원하고 단정하게 넘긴 헤어스타일의 멋진 노신사를 만났다.
인터뷰에 응해준 노신사는 춘천시에서 가구 사업을 하는 70대 중반의 김남선 대표였다. 김남선 대표는 부모님께서 사업을 하신 덕에 20대 때부터 계속 사업을 해왔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꿈이나 목표를 가진 것은 40대 때부터이고, 요즘 젊은이들처럼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좇기보다는 사업체 규모를 확대하는 데 꿈과 목표의 초점을 두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수십 년 동안 가구, 도금 등 다방면의 사업을 계속하다가 20여 년 전 논현동의 가구점을 접고 춘천에 정착했다. 춘천에서 가구점을 열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춘천 사람들에게도 서울에서 팔던 것과 같은 예쁘고 품질 좋은 가구를 공급하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춘천에 정착한 뒤로 새로운 꿈이 생긴 것이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깊고 넓게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온 덕인 것 같았다. 또,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왜냐하면 앞으로 국가의 경제·정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이들이 지금의 청소년과 청년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 같았다. 그런 김남선 대표에게 물었다.
“청소년, 청년들의 삶이 더 나아지려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이에 대해서 김 대표는 첫째로, 국가와 사회의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교를 졸업했을 때의 비전, 취업했을 때 내가 더 나은 기업으로 점프-업 할 수 있다는 비전, 꿈을 꾸고 사업에 도전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 아이를 낳았을 때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비전처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일 때 젊은이들의 삶이 비로소 더 활기차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행복할 때, 국가 전체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둘째로, ‘젊은이 개개인이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넓은 세상을 경험해볼 것’을 추천했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얼어붙고 경제 성장률이 주춤할 때 젊은이들이 개방된 마음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을 쌓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개방된 국가에서 치열하고 냉정한 삶을 경험해보고, 독일이나 북유럽 같은 기술·문화 선진국에서의 문물을 경험해보는 게 국가와 개인 모두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나아가, 경쟁력을 갖춘 국가의 국민은 사회·문화·경제적 성장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사업가로서의 관록을 느낄 수 있는 거시적 관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40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모기에 너무 많이 물린 방꾸남이 인터뷰를 마무리하자며 김남선 대표에게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 방꾸남: 대표님께서는 혹시 버킷리스트 같은 걸 가지고 계신가요? 있다면 두세 개만 말씀해주세요.
■ 김남선 대표: 저는요, 첫째, 공부를 더 하고 싶죠. 내가 눈도 좋고 건강하다면요. 둘째, 여행을 더 다니고 싶어요. 여행이 주는 깨달음이 있거든요. 그런데 더 나이가 들면 힘들 것 같아요. 몸도 안 좋고요. 셋째,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힘든 이웃들을 돕고 싶습니다.
버킷리스트 3가지를 간결하게 이야기하고서는 말하기를 잠시 멈췄다. 깊게 생각하는 듯한 시간을 갖고 다시 말을 꺼냈다.
■ 김남선 대표: 하나만 더 얘기하자면, 가장 하고 싶은 건데, 저는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고 싶어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는지 알고 있죠? 그 친구들이 미성년자 나이가 지나면 월세 보증금 정도의 돈을 가지고 보호소를 나오는데, 사회에서 아무도 안 가르쳐주니 그 작고 소중한 돈을 사기당하고 그런대요. 저는 그 친구들을 좀 가르쳐주고 싶어요. 경제라던가 사회생활의 기초를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의원들한테 꾸준히 정책을 제안해요. 근데 잘 안되네요. 사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그들이 성장하고 꿈꾸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고, 그게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잖아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고, 그렇게 해서 나라가 강해지면 중장년이나 노인들한테도 분명히 득이 되거든요. 그런데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네요. 저는 요즘 그래서 아이 낳으면 1억씩 주는 회사 있죠? 그런 회사에서 회사 밖 아이들도 지원해주고 육성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그 회사의 구성원이 되면 더 좋고요.
김남선 대표는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하며 명함을 건넸다. 인터뷰하고 책을 써 널리 알리면, 꼭 보호 종료 아동과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의 꿈을 지원해달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반드시 연락을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멋진 어른을 만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괜스레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인터뷰였다.
*‘보호대상아동’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18세 미만인 사람), 보호자로부터 학대받는 아동 등을 의미하며, 이들은 아동복지시설·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2024년을 기준으로, 아동복지법에서는 18세에 도달한 보호대상아동이 보호 연장 의사가 있을 경우 25세에 달할 때까지 보호를 연장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아동복지법 제16조의3 보호기간의 연장)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 확대로 그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아름다운가게, 초록우산, 더함께새희망 등 여러 재단·법인에서 ‘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청년’이라는 키워드를 찾아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 다음 이야기(2025.06.08.일 업로드 예정)
□ Chapter3.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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