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충 살자

이곳이 정녕 시궁창인가

힘내며 살아가기_별

by 장병조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누군가는 별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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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얼마 전, '소년시절의 너(Better Days)'라는 영화를 보았다. 흔히 '밑바닥'이라 할 만한 가정에서 태어나 불행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한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녀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미친 듯이 공부한다. '우수 학생'이자 '모범생'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가 마음껏 공부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다. 학교폭력이라는 시련을 겪게 하며 매 순간 그녀를 괴롭힌다. 소녀는 기댈 곳도 말할 곳도 마땅치 않다. 엄마와 함께 살지만, 엄마 또한 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 만한 처지는 아니다. 소녀는 그렇게 지독한 세상과 홀로 마주하며 자신이 더욱 밝게 빛날 날을 꿈꾼다.


소년은 지긋지긋한 가난과 밑바닥 인생을 받아들인 채 삶을 살아간다. 애초에 자신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조차 않는다. 가족도 없고, 배움도 짧다. 흔히 말하는 '양아치', '비행청소년'으로서의 매일을 산다. 맞고 때리고 숨고 찾아내는 게 그의 일상이다. 그것을 어디에 말하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생각을 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 본 적이 없으니까.


어느 날 소녀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불량배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그 현장을 경찰에 신고하려던 소녀는 불량배들에게 붙잡혀 의도치 않게 사건에 휘말린다. 소년은 자신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사건에 끼어들게 된 소녀에게 미안했는지, 아니면 소녀에게 마음이 생긴 것인지, 그때부터 계속해서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매일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모범생과 불량배로서) 반대편 세상에 사는 줄만 알았던 상대방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사실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비록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만 완전히 상반되는 태도로 삶에 임하는 둘.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살아가지만 결국은 같은 마음을 가진 두 사람. 그들은 서로에게 처음으로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마음속 더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소녀의 공책을 들춰보다가 어느 한 페이지에서 잠시 시선을 멈춘다.


그 안에는 소녀의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looking at the stars."


별을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던 소년이, 어쩌면 별의 존재조차 몰랐던 소년이 별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소년에게도 별이 생겼다. 그 또한 매일 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소녀는 소년의 별이 되었고, 소년은 자신의 별을 지키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소년시절의 너 스틸 컷 / 소년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소녀와 소년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현실이 시궁창 같다고 느끼는 것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만이 아니다. 영화를 시청하는 사람들, 영화의 제작자들, 나아가 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한 번쯤은 세상이 정말 시궁창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도 이곳이야 말로 시궁창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교육 환경의 차이는 능력의 격차를 만들고 이는 소득의 격차로 연결된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빈부 격차는 부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차별 반대를 외치지만, 결국 돈이 많거나 예쁘고 멋진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다.

많은 이들이 외모지상주의 반대를 외치지만 아름다운 사람을 동경한다. 그들을 구독하고 팔로우한다.

인스타그램에는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골라서 올리지만, 삶은 보이는 것만큼 행복하지 않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다 보면 왠지 모르게 나만 빼고 모두 잘사는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평균'의 사람이라면, 이런 악순환 속에서,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세상은 시궁창이라고 믿어버린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시궁창 안에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간다. 누군가는 세상을 비난하고 좌절하면서 매일을 보내지만, 다른 누군가는 용기 내어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모험 길에 오른다. 누군가는 지독한 현실만을 쳐다보지만, 다른 누군가는 별을 우러러보며 꿈을 꾼다.


시궁창에 사는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땅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놈의 시궁창. 이제 진짜 지긋지긋해.'

'저딴 별 백날 쳐다보면 뭐하냐. 어차피 나는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 텐데.'

'꿈은 무슨, 현실이나 생각하자.'


하지만 별을 보는 사람들은, 꿈꾸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저 별을 매일 볼 수 있어서 행복해.'

'내가 저 별에 닿을 수 있을까?'

'오늘 밤 꿈에서는 저 별을 여행하면 좋겠다.'


누군가는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상만이 시궁창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별을 꿈꾸는 것만으로는 별에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누군가는 자신이 사는 곳이 시궁창이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는다. 꿈꾸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것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어디에서 살아가는 중일까. 내가 사는 곳은 정녕 시궁창인가 아닌가.

나는 별을 바라보며 살 것인가 땅을 바라보며 살 것인가.

나는 죽어서 땅에 묻힐 것인가, 나의 별로 떠날 것인가.

나의 별은 무엇이며, 나는 그 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세상에서, 내 삶에서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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