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충 살자

내 친구 벌레에게

스쳐가다. 머릿속을.

by 장병조
"그래 벌레야. 날아라. 계속 날아서 너의 빛을 찾아가거라."

2021년 어느 가을 저녁

방에서 운동하는 도중 아주 작은 날벌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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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날따라 유독 벌레가 잡고 싶었다. 그래서 날아다니는 녀석을 향해 손을 쭉 뻗었고, 꽉 움켜쥐었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인간이라는 모습으로 또 하나의 생명체를 내 손에 쥐었다.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소중한 생명을 내 손으로 거두어들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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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 벌레는 신께서 노하셨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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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에 꽉 쥐었던 손을 펼쳤다. 벌레가 나풀나풀 바닥으로 떨어졌다. 휴지를 가져왔다. 녀석을 내 방에서 깔끔하게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휴지로 감싸려는 순간, 바닥에 떨어졌던 생명체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에 그 녀석은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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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위를 향했다. 그는 내 방 천장에 달린 형광등을 향해서 올라갔다. 아마 빛을 찾아 들어온 녀석이었나 보다. 고작 내 방 형광등 불빛 따위가 뭐라고... 대체 뭐가 그리 소중하다고 저렇게까지 달려드는지... 그 벌레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려 하는 정체 모를 거대한 것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그 녀석은 오직 빛을 향해 날았다.


나는 궁금했다. 과학보다는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말이다(과학에 따르면, 주광성에 의한 모습으로, '먹이나 짝을 찾기 위함'이라고 할 테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답이 아니었다. 우리 인간도 짝과 먹이를 찾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 그 벌레가 왜 그렇게까지 가까이서 빛을 보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과연 그 녀석은 자신이 형광등 곁에서 말라 죽어버릴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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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내 운명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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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빛을 찾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과 같아서, 매일 희망을 찾아 헤매는 나의 모습과 같아서, 운명을 모르는 나의 모습과 같아서, 그래서 더 궁금했던 것 같다. 그날, 나는 그 벌레를 내 친구로서 받아들였다. 죽이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날아다닐 수 있도록 자유로이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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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벌레 자신은 몰랐을 것이다. 내가 불을 꺼버리면 스스로 다른 불빛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다가 결국, 그렇게 빛을 찾다가 죽어버릴 것을.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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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그날 밤, 나는 녀석이 죽을 때까지 불을 끄지 않았다. 나의 하룻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잠들어도 내일이면 눈을 뜨겠지만, 어차피 녀석에겐 내일이 없을 테니. 내 친구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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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이런 생각도 들었다.

'멍청한 벌레. 더 좋은 환경을 찾아갔다면, 짝이나 먹이가 더 많은 곳으로 찾아갔더라면, 조금이라도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누가 알겠니. 너 같은 짝이 내 방에 또 하나 나타날지. 네 선택을 후회하지만 않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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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내 손으로 쉽게 죽일 수 있는 작은 생명이었지만, 어쩌면 나보다 훨씬 큰 생명체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소중한 것을 찾았다는 점에서 나보다 훨씬 대단한 녀석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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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만도 못한 인간이 여기 있었네.


그의 마지막을 보며 이런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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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벌레야. 날아라. 남들은 네가 그저 본능에 충실할 뿐이라고, 미개한 생물이라고 할 테지. 그런데 오늘 내가 만난 너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찾았나 보구나. 그 불빛이 오늘의 너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해 보이는구나. 너의 불빛으로 가거라. 나는 그저 바라만 볼 테니. 너의 곁을 지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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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저렇게 무언가를 좇는다면, 목숨보다 소중한 것을 찾는다면, 내가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나와 내 빛을 지켜줄지도. 그리고 어쩌면 신께서 나를 살려주실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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