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인터뷰를 시작하고 나흘이 지난 시점까지 방꾸쟁이들은 총 15명의 인터뷰이를 만났다. 그런데 그중 청소년은 단 2명뿐이었다. 경기도에서의 인터뷰 목표치는 청소년 10명, 어른 10명이었지만 청소년 인터뷰이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참여할 청소년을 모집하기 위해 팔로워 600명이 있는 작은 SNS 채널에 홍보물을 올렸다. 여러 차례 홍보했지만, 10대 청소년이 쉽게 모집될 리 없었다. 서른에 가까운 두 사람 주위에 청소년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나.
두 사람은 대학교에서 청소년학과와 청소년지도학과를 졸업했고, 청소년활동시설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몇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인터뷰이 모집을 요청했지만 ‘기관 매뉴얼상 아이들과 무언가를 하려면 사업계획서를 미리 제출해야 한다.’라는 답변과 함께 거절당했다. 인터뷰 한두 사람을 하기 위해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빠르게 마음을 접었다.
그러던 중, 방꾸남의 개인 SNS로 다이렉트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8년 5개월 전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같은 조로 활동했던 기철이 형이었다. 기철이 형은 개인적인 이유로 학교를 조금 늦게 입학했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동생들과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냈고, 얼굴에는 24시간 내내 순수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이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분명히 짧았지만, 1박 2일로 다녀온 덕분에 기철이 형과 조금은 친해질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이후로 기철이 형과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학과도 달랐고 동아리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생일’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말이다. 기철이 형은 한 번 본 인연이었지만 8년 내내 방꾸남의 생일마다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형의 마음에 감동한 방꾸남 또한 매년 기철이 형의 생일마다 축하를 전했다. 둘은 어떻게 잊지 않고 매년 서로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었을까? 그건 두 남자의 생일이 단 하루 차이기 때문이다. 방꾸남의 생일이 하루 빨랐기 때문에 기철이 형이 먼저 생일 축하 연락을 보냈고, 방꾸남은 다음 날 기철이 형을 축하했다. 생일 축하는 둘 사이의 연례행사가 됐다.
8년에 걸쳐 만들어진 둘의 특별한 관계는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졌다. 기철이 형이 방꾸남의 인터뷰이 모집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고등학교 선생님을 소개해 준 것이다. 형의 친구인 김진희 선생님은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이다. 김 선생님은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칠 뿐 아니라 아이들이 삶을 더 폭넓게 경험하고 자기의 행복을 주도적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 자기가 만나는 청소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생님이다. 그런 김 선생님의 교육 방식과 방꾸남의 프로젝트를 모두 알고 있었던 기철이 형은 김 선생님에게 인터뷰에 참여해 줄 수 있는지 물었고, 선생님은 흔쾌히 수락했다.
김진희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선생님은 청소년을 지도하는 교육기관 소속인으로서 인터뷰어인 방꾸쟁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아볼 의무를 지고 있었다.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건강히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김 선생님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방꾸쟁이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범죄 이력은 없는지, 프로젝트 내용상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글로 풀어 쓰니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 굉장히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김 선생님은 흔히 말하는 ‘리액션 부자’였다. 알사탕보다 더 큰 눈을 형광등보다 밝게 반짝이며 모든 이야기를 경청해주었고, 통통 튀는 말투로 귀에 쏙쏙 박히도록 인터뷰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해주었다. 김 선생님은 아무래도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데 도가 튼 사람 같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고등학교 여름 방학을 3일 앞둔 화요일이었다. 방꾸쟁이들은 김진희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낙생고등학교에 방문했다. 학생 5명의 꿈을 인터뷰하기 위함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할 교실에 도착하니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젊은 선생님이 환하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단정한 청바지, 바지에 살짝 넣은 반팔 티셔츠, 17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큰 키,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일 듯한 외모와 매력적인 말투를 가진 여자 선생님이었다.
■ 다음 이야기(2025.04.13.일 업로드 예정)
□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자타공인 관종 동휘와 알파 메일이 되고 싶은 서준이"
→ 낙생고등학교에서 만난 미래가 밝은 두 청년, 동휘와 서준이를 인터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