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교실에서 인터뷰지와 볼펜, 간식을 준비하는 동안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교 중 하나인 낙생고 학생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나보다 똑똑하겠지?’,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는 진희쌤은 공부를 또 얼마나 잘했을까?’, ‘그나저나 진짜 재밌겠다.’
인터뷰 준비를 마치고 잠시 뒤, 낙생고등학교의 첫 번째 인터뷰이, 동휘와 서준이가 교실로 들어왔다. 두 남학생은 각각 방꾸녀, 방꾸남과 마주 보고 앉았다. 운동장에 가까운 창가 쪽 의자에는 동휘가, 복도에 가까운 의자에는 서준이가 앉았다. 가벼운 자기소개로 인터뷰를 열었다.
□방꾸남: 누가 반장이라고 했죠? 학교에서는 맨날 반장이나 1번부터 하니까 오늘은 반장 아닌 친구부터 자기소개 해볼게요.
■서준: 아 네, 제 이름은 연서준이고요. 친구들이랑 같이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음식은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는데 김치찌개 러버(love+er)라서 김치찌개 되게 많이 먹고 자주 먹어요. 운동 좋아해서 점심시간이나 야자 하기 전 남는 시간에 농구, 축구, 캐치볼도 하고 배드민턴 동아리도 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요즘 목표는 자기관리를 열심히 해서 대학교에서 알파 메일의 삶을 살아보는 겁니다. 그래서 몸 만들려고 헬스장을 다니고 있어요.
180은 우습게 넘는 듯한 훤칠한 키, 커다란 골격, 은은한 눈웃음을 가진 서준이. 외모도 준수한데 공부까지 잘하는 서준이는 알파 메일(Alpha Male)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알파 메일의 알파는 ‘무리 중 가장 높은 서열로서 무리를 이끄는 개체’를 의미하며, 메일은 수컷을 뜻한다. 즉, 같은 동물 무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라고 볼 수 있다. SNS에서는 가수 차은우, 배우 정우성 씨처럼 자기 고유의 능력과 외모, 재력, 리더십과 사회성 등을 두루 갖춘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동휘: 저는 김동휘고요, 취미로 축구랑 농구 보는 거, 하는 거 좋아해요. 게임도 즐겨 하고요. 요즘 또 맛들리고 있는 게, 시험 끝나고 다른 걸 좀 해볼까 싶어서 책을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리고 영화 보는 것도 맛들리고 있어요. 엄마가 추천해준 영화 중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보다가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알게 됐는데, ‘이 순간을 즐겨라(현재에 충실해라).’라는 말이거든요. 그게 너무 와 닿아서 요즘 제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를 좋아하는 방꾸녀가 동휘에게 공감을 보냈다. 그러자 동휘는 그 영화 아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며 기뻐했다. 순수한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어린 나이에 고전이라 할 만한 영화를 찾아보고 자신의 좌우명까지 설정하는 모습이 어른인 방꾸쟁이들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다음 인터뷰 질문을 던졌다.
□방꾸녀: 요즘 고민 중에 장래 희망이나 꿈 관련된 것 많죠? 두 친구는 어떤 분야로 갈 생각이에요?
■동휘: 제가 원래 중학교 1~2학년 때부터,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완-전 어릴 때부터 방송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유튜브도 했었고, 트위치에서 라이브도 했었고, 여러 방송 플랫폼 되게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재미를 찾다가 요즘 와보니 ‘굳이 내가 방송을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고민이에요. 어쨌든 지금은 꿈 말고 장래 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장성규 아나운서 같은 방송인·아나운서가 돼보는 게 목표예요.
□방꾸쟁이들: 와 너무 좋다. 잘 어울린다. 관련 학과 진학도 생각하고 있어요?
■동휘: 학과는 제가 약간 또 과학 쪽을 재밌어해서 생공으로 가고 싶어요. 생명공학과.
요즘 시대에는 학과가 반드시 직업으로 연결되지 않고, 한 번 가진 직업이 평생 직업이나 진로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컴퓨터 공학 전공자가 예술가가 되고, 체육학 전공자가 요리사가 되는 ‘융복합의 시대’인 듯하다. 그걸 너무나 잘 아는 동휘는 아마 다방면에서 뛰어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방꾸남: 서준이는 꿈이나 진학하고 싶은 학교, 학과가 뭔가요?
■서준: 저는 일단 가장 가까운 꿈은 연세대 경영학부에 입학하는 건데, 왜냐면 그런 거 있잖아요. 연대 오빠. 제가 약간 연대 오빠가 되고 싶고, 연세대 가면 축제도 신나게 하잖아요. 연고전 그런 걸 참여하고 싶어요. 제가 노는 걸 좋아해서 가면 되게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저만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꿈이에요. 패션 브랜드요. 대학교 졸업하면 나이키나 이런 곳으로 입사해서 회사 경험을 해보고, 독립해서 제 브랜드를 론칭해보고 싶어요.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알바하거나 휴학하고 중소기업 인턴으로 일해보면서 패션 브랜드에서 하는 작은 일들도 미리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방꾸남: 요즘 관심 있는 패션 브랜드는 뭐가 있어요?
■서준: 일단 저는 떠그 클럽(thug-club)이랑 그냥 약간 스트릿 브랜드 쪽. 스투시(stussy) 이런 브랜드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방꾸녀: 좋아요. 그럼 두 사람 장래 희망 말고 다른 꿈도 있을까요?
■동휘: 장래 희망 말고 제가 바라는 사람의 종류라고 해야 하나, 가치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하면 저는 방송인이나 아나운서를 넘어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뭘 하든 행복할 줄 아는 사람.
□방꾸남: 행복이라는 게 추상적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 있어요?
■동휘: 어떤 유튜버 표현을 빌리자면, 척추 일곱 번째 뼈가 약간 짜릿하다는 말이 있거든요? 제가 방송을 하면서 그 느낌을 받았어요. 어릴 때 트위치 방송을 하다가 원래 사람이 많이 들어와봤자 10명이었는데 어느 날 ‘호스팅’이라는 걸 받아서 제 방송을 35명이 보는 거예요. 그 호스팅이 뭐냐면 누군가 방송을 하다가 자기 방송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거예요. 그때 시청자가 많아진 것만 좋았던 게 아니고,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말이 잘 통하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그게 짜릿하고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것처럼 저는 척추 일곱 번째 뼈가 짜릿한 일을 찾아서 집중하면 삶 자체가 행복할 것 같아요.
□방꾸남: 그럼 방송을 많은 사람이 봐서 행복한 것도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할 때 행복한 거네요?
■동휘: 네, 제가 약간 또 관종(관심 종자)이라서 많은 사람이 절 지켜봐 준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이번에 반장 선거할 때도 앞에 나가서 얘기하면서 약간 좀 짜릿했어요.
□방꾸남: 오케이 동휘는 관종. 서준이도 꿈에 관해서 좀 더 얘기해줄래요?
■서준: 저는 저를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떠그 클럽 브랜드 대표님을 보면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고, 그 사람이 되게 존경받는다고 느꼈거든요. 그걸 저도 제 브랜드를 통해서 이뤄내고 싶어요. 남들이 제 브랜드를 좋아하고, 옷을 입어주고, 저의 감각을 인정해주는 그런 방식으로요. 또, 제 브랜드가 유명해지면 돈도 많이 벌 거고, 그 돈으로 다른 꿈에 투자하기도 쉬워지잖아요? 그런 삶이 재밌고 행복할 것 같아요. 계속 꿈꾸는 삶. 그리고 제가 떠그클럽 대표님을 보면서 꿈꾸듯이 누군가는 저를 보면서 꿈을 꾼다면, 제가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행복이 되어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동휘와 서준이는 인터뷰지의 여러 인터뷰 질문 중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렸다. 여느 아이들이라면 대충 쓰고 말았을 법도 한데, 어떤 일에든 마음을 다하는 두 남학생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준이는 인터뷰를 하는 약 50분의 시간 동안 버킷리스트를 3개밖에 적지 못했다. 아마 방꾸쟁이들이 계속 말을 걸어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 수많은 버킷리스트 중 5가지만 적는 게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준이가 말하길,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는 주제였다고 한다.
서준이는 해외에서 지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캐나다나 뉴질랜드 등 자연을 벗 삼아 지낼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어 했다. 어릴 때 캐나다에 가서 대자연을 오감으로 느껴보았던 경험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화점 1층 명품관에 자신의 브랜드를 입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으로부터 공인 마크인 파란 딱지를 받는 게 목표 중 하나라고. 그리고 유명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동휘의 버킷리스트에서도 여행은 빠지지 않았다. 대학에 가면 가족들과 한두 달 정도 세계여행을 다니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과도 해외로 날아가서 축구·농구 경기를 직관하고 싶다는 마음도 밝혔다. 그리고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엔 조금 단기적인 목표라면서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에 가겠다는 포부’도 보여주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MC, 방송인으로 이름을 알릴 것을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동휘는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대조되는 문화를 가진 두 개 지역 정도에 가서 현지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동휘와 서준이는 둘 다 유명한 사람이 되어 영향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 뒤에는 ‘순수함’이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께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 동생과 친구들에게 멋진 선물을 전하고 싶은 마음,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동휘와 서준이 내면의 깊은 곳에 순수함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순수함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 다음 이야기(2025.04.20.일 업로드 예정)
□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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