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낙생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인터뷰였다. ‘이 정’, 외자의 이름을 가진 여학생이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데다가 선생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정이는 김 선생님과 함께 인터뷰에 참여했다. 뒤로 올려 묶은 머리카락과 가지런한 앞머리는 정이가 외모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 소녀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 방꾸녀: 자기소개 간단히 해주실래요?
■ 정: 저는 음악과 잠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 김쌤: 나는 그럼 공주!
■ 정: 아, 쌤... 일단 음악 중에서도 노래 듣는 걸 좋아하고요, 요즘에는 그, ‘릴 나스 엑스(Lil Nas X)’라는 가수에 좀 빠졌어요. 노래가 좋아요. 게이이긴 한데 뭐... 그리고 음식은 딱딱한 복숭아 좋아해요. 딱복.
정이는 외모와 연애에 관심이 많았지만,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다. 김 선생님 말에 의하면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다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서울대학교에 갈 수 있을지’라고 말했다. 정이는 무엇이든 최고가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공부·외모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지 수준도 높은 정이는 “근데 또 최고가 될 정도로 열심히 살진 않아가지고...”라며 한 마디를 더했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방꾸쟁이들은 다른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정이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이의 답변은 조금 특별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직업이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모습, 행복과 같은 가치를 말하지 않고,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한 이유를 물었더니, 유치원-초등학교 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던 나머지 자신이 어떻게 죽어야 할지 많이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답변했다.
□ 방꾸쟁이들: 정이는 꿈이 있어요?
■ 정: 꿈이요? 꿈, 저는 약간 그런 거 있어요. 이게 꿈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죽는 순간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라고 생각하면서 죽고 싶어요. 사고로 죽으면 그럴 생각을 할 틈도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늙어서 죽잖아요? 그 상황에서 ‘내가 쇠약해져 가는구나. 그래도 내가 왕년에 참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라고 생각하면서 죽어가고 싶어요.
대답을 듣고 보니, 정이에게 꿈이란 ‘인생이란 여정의 마지막 정거장에서의 모습’ 같은 존재인 듯했다. 정이는 그 후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 정: 그리고 저는 늙어서 자식이 주는 용돈 받으면서 노인정에서 친구들하고 놀고 싶어요. 빈곤하게 보내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선 “정이도 부모님한테 용돈을 드려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어?”라는 김 선생님의 물음에 “당연하죠. 너무 받은 게 많아서 안 갚으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부모님이 정이한테 잘해주시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진 않아? 그분들이 널 낳은 거잖아.”라며 정이의 효심을 슬며시 떠보는 질문에 대해서는 “받는 게 당연하면 해드려야 하는 것도 당연한 거죠. 투자를 해도 회수하는 시점이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때쯤 되니 낙생고등학교 인터뷰이 다섯 명의 공통점이 한 가지 보였다. 모두 ‘부모님’과 ‘가족’에게 자신이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알게 모르게 그들의 꿈과 장래 희망 속에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꼈다.
정이는 장래 희망이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부와 명예를 쥘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대답했다. 또, 교수나 의사처럼 고용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버킷리스트 5가지를 묻는 질문에는 ‘원하는 대학 가서 연애하기’, ‘오로라 보기’, ‘친구들이랑 여행 가기’, ‘책 집필하기’,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는 경험해보기’라고 말했다. 정이는 그중에서 특히 ‘오로라 보기’를 강조했는데, 첫 오로라는 꼭 아빠와 함께 보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외모와 연애에 관심이 많고 학업 때문에 고민인 평범한 여학생인 듯한 정이. 하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꿈과 인생관을 가진 정이. 낙생고등학교 학생들의 꿈을 여행하는 것은 정이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 다음 이야기(2025.05.04.일 업로드 예정)
□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이렇게 정직한 무지개를 본 적이 있던가?"
→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방꾸쟁이들의 눈 앞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무지개, 그것도 쌍무지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