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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직한 무지개를 본 적이 있던가?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by 장병조

24년도의 여름, 7월, 낙생고등학교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엄청난 양의 비가 짧은 시간 동안 퍼부었다. 방꾸남이 입고 있던 연한 색의 청바지는 물에 젖어 진한 색의 청바지가 되었고, 신발에는 물이 차서 찌걱찌걱 소리가 났다. 잠시 비를 피할 겸 저녁을 먹고자 길가에 있는 한 돈가스 가게에 들렀다. 입구에서 우산을 털고 바지가 먹은 물기를 대충 짜낸 뒤 가게로 들어갔다. 방꾸녀와 방꾸남 두 사람은 각각 ‘매운 돈가스’와 ‘매운 돈가스+냉 메밀 세트’를 주문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냉 메밀을 먹던 방꾸남이 추위를 강하게 느꼈다. 입고 있던 상의가 빗물에 많이 젖은 데다가 식당 에어컨이 강하게 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방꾸남은 입안 가득 돈가스를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젖은 겉옷을 벗어 물을 짜기 위해서 잠시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때, 마치 방꾸남을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억수로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마법처럼 무지개가 떴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 쌍무지개가 말이다.


무지개를 보고 신난 방꾸남은 방꾸녀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방꾸녀는 “정말 정직하게 생겼네. 저렇게 정직한 무지개 본 적 있어?”라고 물었다. 무지개는 아름다웠다.


무지개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 아마도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속에서 습하고 축축한 비가 내린 뒤에야 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방꾸남은 무지개가 떴다는 것을 이곳저곳에 알리고 싶었다.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에게 연락을 할까 고민하다 낙생고등학교의 김진희 선생님에게 연락했다. “선생님, 지금 무지개가 떴어요. 거기서도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고 온 덕분인지 선생님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선생님께 문자를 남기고 무지개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인터뷰에 참여해준 낙생고등학교 학생들이 생각났다. ‘무지개’라는 하나의 형태 안에서 각기 다른 색깔을 띠고 있는 ‘빨주노초파남보’라는 빛이 ‘학교’라는 틀 안에 있음에도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빛을 내는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무지개가 재밌는 점은 ‘빨간색’ 안에서도 연한 빨간색과 진한 빨간색이 구분되는 것처럼 ‘하나의 색깔일지언정 연속됨과 동시에 구분되는 색깔 스펙트럼을 갖는다’라는 것이다. 이번에 인터뷰한 낙생고의 아이들은 무지개의 대표색인 ‘빨주노초파남보’ 같은 존재이다. 방꾸쟁이들은 이번 기회로 대표색을 가진 아이들을 몇 명 만나 인터뷰를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연한 빨간색, 진한 남색처럼 다양한 색을 가진 청소년이 살고 있다. 그들은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삶을 살고 있지만, 점차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그런 삶.


무지개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기에 아름답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지개는 진하게 빛날 때 더 눈에 띄게 아름답다. 이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의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에 맞는 색깔, 자기만의 빛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각양각색을 가진 아이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아름답다. 그러므로 이 책을 보는 당신께서 앞으로 자기 색의 빛을 내는 아이들을 만난다면 그들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그들이 빛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사진_Chapter2_경기도_12_무지개.jpg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쌍무지개

■ 다음 이야기(2025.05.11.일 업로드 예정)

□ Chapter3.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도


"감자의 도시 춘천, 거기 진짜 감자 많이 나오나?"

→ 경기도를 벗어나 인터뷰를 시작하다! 첫 번째 지역 '춘천', 방꾸쟁이들은 왜 춘천에 가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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