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동휘와 서준이는 밝은 모습으로 “이거 펜 가져가도 돼요?”라고 묻더니 인터뷰이에게 주는 귀여운 캐릭터 볼펜을 하나씩 손에 쥔 채 교실을 떠났다. 그러고 잠시 뒤, 내향적인 듯해 보이는 두 여학생이 교실로 들어왔다. 민지와 가온이었다. 둘은 다른 반이었지만 꽤 친해 보였다. 둘의 관계는 ‘빵’으로 쫀득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베이킹을 좋아하는 민지가 종종 학교에 빵을 만들어 와 나눠주는데, 가온이는 매번 자신이 그 빵을 맛있게 먹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빵을 만드는 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데 불구하고 민지가 자신에게 빵을 나눠주어 고맙다며 마음을 표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고 두 여학생에게 요즘 어떤 고민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학업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민지는 수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수학 점수가 가장 오르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고, 가온이는 등급화된 학업 성적이 마치 ‘집단에서의 내 위치’를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는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했는데 워낙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모인 낙생고등학교에 있다 보니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보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듯했다.
두 친구는 고민뿐 아니라 장래 희망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부모님의 반대’였다. 민지는 제과제빵사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대학교의 관련 학과 진학을 반대하셨다. 유망한 학과를 졸업해 수입이 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베이킹을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민지는 부모님 말씀에 동의했지만, 베이킹을 멈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빵을 만들 때 느끼는 성취감과 그것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때 오는 행복감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가온이는 우리나라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잦은 무릎 탈골로 부모님께서 반대하셔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접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온이는 장래 희망을 바꿨다. 사회복지학과와 신문방송학과에서 공부하고, 외면받는 사회문제를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마도 부모님께서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 반드시 ‘장래 희망’, ‘직업’이 핵심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알려주신 듯했다. 평생을 지켜봐 온 부모로서 아이들이 자기 기량을 더 잘 펼치며 꿈을 이뤄갈 수 있는 다른 길을 제시해주신 듯했다. 자식을 많이 사랑하는 부모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 덕분인지 민지와 가온이는 꿈을 이루는 방법이 꼭 한 가지만 있지 않다는 걸 일찍 깨달은 듯했다.
우리가 길을 걷다가 넘기 힘든 벽을 마주한다면 옆으로 조금 돌아가면 된다. 방향을 잃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내가 가려던 곳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방향을 잃어도 괜찮다.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동서남북 사방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앞’이다. 옆으로 걷든지 뒤로 걷든지도 상관없다. ‘내가 나아가는 방향’이라면 언제나 나에게만큼은 ‘앞’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반드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혼자인 것 같아도 저 멀리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누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비록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닐지언정 누군가의 꿈이 있다. 그리고 그 꿈속에는 행복이 있다. 때때로 방향을 잃어 혼란스럽다면, 잠시 멈추어 호흡을 가다듬은 뒤 일단 앞으로 걸어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과 만난다면 그 사람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당신은 어딜 향해 걷고 있나요? 함께 걸어줄 수 있나요?”
두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버킷리스트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민지는 프랑스에서 전문적으로 베이킹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고, 결혼해서 남편이랑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대답했다. 특히 레고로 유명한 덴마크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일을 시작하면 월급은 400만 원 이상 받아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이왕이면 더 많이 벌어서 가족들이 부족함 없이 지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취미 부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교회 찬양으로 유명한 ‘마커스’의 싱어들처럼 노래를 잘하고 싶다고.
가온이는 운전면허증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연예인 보러 SM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고 싶은데, 운전면허가 필수 조건이라서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인터뷰를 진행하던 교실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리고 가온이는 아빠와 히말라야를 완등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가 가온이를 임신했을 때, 아빠는 “아들이면 함께 히말라야에 가고 싶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딸이 나와서 서운하셨다고.
그런 아빠를 위해서 가온이가 아픈 무릎을 단련해서 히말라야에 가겠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식사 도중 “딸도 히말라야 갈 수 있어요.”라고 말씀드렸단다. 정말 효녀구나 가온이! 그 외에도 가온이는 인터뷰지에 친구들과 여행, 온 가족 행복하기, 후회하지 않을 만큼 공부하기를 버킷리스트로 적었다. 아, 참, 무엇보다도 노인이 되면 ‘우리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포근하고 정겨운, 우리 동네에 사는 우리 할머니.
■ 다음 이야기(2025.04.27.일 업로드 예정)
□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웃으면서 죽고 싶은 여자, 정이와의 만남"
→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사고, 동시에 논리적 사고로 가득한 정이! 거기에 감성까지 한 스푼. 그녀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