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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꾸남의 엄마 아빠 인터뷰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by 장병조

방꾸남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던 때 이후로 매월 한 번씩 엄마와 치맥을 한다. 두 사람이 모두 원하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해야만 하는 작은 이유가 하나 있다. 방꾸남의 집은 유명 통신사의 TV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가족 상품으로 휴대전화 결합 되어 있다.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 TV 요금을 비싼 것으로 가입했고, 그러다 보니 요금제 혜택 안에 ‘TV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쿠폰’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쿠폰은 매월 지급되며, 다음 달 1일이 되면 사라진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은 좋으나 싫으나 시간이 되면 매월 함께 TV로 영화를 본다.


어느 날 영화를 보고, 잘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그래서 방꾸남은 엄마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엄마는 흔쾌히 수락했고, 둘은 엄마의 과거 이야기와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에어컨을 틀고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먼저, 방꾸남은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엄마는 학창 시절에 노인이 된 엄마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어? 지금 나이쯤 되면 어떨 것 같았어?”


그러자 방꾸남의 엄마는 대답했다.


“초등학교 때 했던 생각이 기억나. 그때는 40살 되면 다 죽어야 하는 줄 알았어. 너무 늙어서. 어른들이 40살 50살이라고 하면 너무 많게 느껴져서 기절초풍이었어. 그런 거 말고 ‘몇 살쯤 되면 어떤 모습이겠거니’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


과거의 이야기를 한참 이어가던 중, 방꾸남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엄마는 나중에 되고 싶었던 자기 모습이 있었어? 어렸을 때 꿨던 꿈 같은 거 있잖아.”


엄마는 대답했다.


“꿈? 있었지. 엄마는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어. 어디 대기업 비서실에 들어가서 실세도 돼보고, 돈도 잘 벌고, 일도 잘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그런 사람 있잖아. 그리고 간호사 되고 싶었어. 그때는 다들 너나 나나 간호사 되겠다고 하던 시대였거든.”


그러고선 몇 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너희만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건 없을 거야. 뭐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커리어우먼이 되겠다는 직업적인 걸 두루뭉술하게 생각해보긴 했겠다만, 우리 때는 진로 수업 같은 것도 없었고, 유튜브나 인터넷 강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생각해보는 게 쉽지가 않았지. 뭘 배우고 좀 알아야지 생각도 해낼 수 있잖아. 또, 엄마 때는 학교에서 진로나 창의 활동 그런 거 대신 교련 수업을 했었어. 포스터·표어 만들기 대회에서도 ‘미래 모습 그리기’ 같은 게 아니라 ‘무찌르자 공산당’ 뭐 그런 걸 주제로 했었어. 그러다 보니 요즘 세대처럼 진로에 대해서 자세히 탐색하고 생각해볼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 물론 학원을 다니거나 했던 게 아니라서 방과 후에 놀 시간은 많았지만, 자기 꿈을 찾으려고 뭔가를 체험해보고 탐색하고 그럴 기회는 적었던 것 같아. 일단 엄마네 동네는 그랬어.”


방꾸남의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옛날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마치 한 편의 오래된 비디오를 재생하는 것 같았다. 또, 어렸을 적 잘 참에 책 읽어주던 엄마의 음성이 익숙해서인지 잠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머리도 무겁고 눈꺼풀도 무거웠지만, 그럴수록 엄마가 말해주는 이야기들이 더 생생하게 눈앞에 아른거렸다. 엄마가 하는 말들이 마치 잘 때 꾸는 꿈처럼 눈앞에서 재생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무려 54분 동안이나 엄마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우리는 참 복 받은 세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윗 세대에게 조금은 더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방꾸쟁이들은 Z세대이다. 그리고 방꾸녀의 할머니 이야기에서 언급했듯이, MZ세대의 조부모님은 전쟁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전쟁 없이 평화로운 세상’을 간절히 꿈꿔왔다. 그리고 MZ세대의 부모님 세대는 보릿고개를 겪었다. 밥이 없어서 내 형제가 죽어가는 모습을 애써 지켜보며 자랐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도 굶어 죽지 않는 세상’을 꿈꿔왔다. 그 덕에 후손인 우리, MZ세대와 알파 세대 청년·청소년들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굶지 않고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물론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저출산, 인구절벽, 빈부격차, 무한 경쟁, 고령화, 세수(稅收) 부족 등이 우리를 힘들게 해왔고 힘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 세대가 직접 부딪치고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인 것 같다. 그들이 젊은 시절 그들만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왔듯, 우리도 우리가 경험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꿈꾸는 그런 세상!


[통편집된 방꾸남 아빠의 한마디]

아빠: 80분을 인터뷰 해놓고 안 쓴다고...? 참나...

아들: 그럼 청년들한테 아무거나 조언 한마디 해줘. 그거 쓸게!

아빠: 됐어 인마. 이미 다들 똑똑한데 내가 뭘 조언을 해.

아들: 아 빨리, 꿈이 없는 청년들한테 꿈꾸라고 한마디 해줘.

아빠: 음...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죽지 않을 거라면 꿈이 있는 편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꿈은 삶에 있어서 마치 그런 것 같아요. 뭐랄까...희망? 원동력? 아, 혹시 꿈을 이뤄가면서 걱정·고민되는 게 있다면,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걱정은 나무가 가지를 치듯 다른 걱정을 낳고, 고민은 1단계가 해결되면 2단계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꿈을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걱정들이 자연스레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나 보면 별거 아닌 경우도 있고, 내가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죠. 한 번뿐인 인생, 걱정과 고민에 빠져서 살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유쾌하게 살면 좋잖아요? 나에게 주어진 삶과 시간을 누려야죠. 그러려면 꿈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진_Chapter2_경기도_4_매일이 축제같기를-환갑-이후로-사계절-내내-걸려-있는-현수막.jpg 매일이 축제 같기를

■ 다음 이야기(2025.04.06.일 업로드 예정)

□ Chapter2.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경기도


"떠나자, 낙생고등학교로!"

→ 청소년 인터뷰이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방꾸남과 방꾸녀, 운 좋게도 낙생고등학교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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