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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겸 Jul 21. 2017

복잡계 이론 적용 - 스스로 적응하는 조직

복잡 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는 외부의 충격에 강하다. 무적은 아니지만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스스로 변화해 나가며 적응할 수 있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복잡한 시스템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많은 경우 적응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단절적 변화가 찾아오면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하지만 적응력이 좋은 조직은 단절적인 변화를 경험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를 유도하고 환경에 적응한다. 만약 조직을 스스로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든다면 지속적으로 경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 일어나는 변화가 아닌 변화 자체가 비즈니스 환경이 된 요즘 상황에서는 이러한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어찌 보면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 아닐까?


혼돈의 가장자리로 

복잡계 이론에 의하면 조직이 변화에 적응하여 스스로 적합한 질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조직을 '혼돈의 가장자리'라는 상태로 몰아가야 한다. 혼돈의 가장자리란 조직의 복잡성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준에 위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조직의 복잡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너무 경직되어 변화가 불가능 한 수준이고, 복잡성이 너무 넘치는 경우에는 너무 많은 변화가 개별적으로 일어나서 조직적 수준에서 적합한 변화와 질서의 확립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과학적이고 완벽히 수치화되어 검증된 이론을 조직 경영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복잡 적응계를 만드는 조건들을 은유적으로 차용해본다면 스스로 적응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하여 필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열린 시스템
기본적으로 모든 기업은 열린 시스템이다. 기업은 외부환경과 동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외부와의 교류에 의하여 비즈니스는 성립한다. 따라서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업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변화의 압력을 행사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외부 환경적 변화에 대한 인식이나 기타 변화에 필요한 정보의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픈 시스템으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외부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그 변화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적절히 받아들여야만 한다.

· 작은 구성 요소와 대칭성의 파괴
조직의 경직성을 깨야만 한다. 기업은 다양한 형태의 구성요소들을 구축할 필요가 있고 또 각 구성요소들은 독자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야만 한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직 형태와 업무 방식 등이 모든 구성원들에 의하여 다양하게 시도되어야만 하며 그러한 노력 중에 환경에 최적화된 조직이 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마련이다.

· 구성요소의 상호작용 증대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이 증대될수록 복잡성이 증대되며 환경에 적응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조직 내의 구성요소들이 정보의 교환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상호작용을 늘려야만 한다. 기업의 경우 조직의 상호작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공정성, 투명성 등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전사적 차원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적응이 일어나기는 힘들다. 시스템적으로 이러한 상호작용이 뒷받침되어야만 하고 조직 내에서 일어난 다양한 시도를 통한 학습 결과들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 공유되고 이해되어야만 한다.

· 공진화
적응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각 구성요소들이 작은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큰 수준까지도 함께 공진화해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전체적인 모습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미시적 수준에서의 조직적인 활동들이 전체 시스템으로 퍼져나가고 그것의 적합성이 평가받으며 자연스럽게 조직의 형태 및 활동 방식이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작은 단계, 팀 레벨, 혹은 개인 수준의 시도가 적합성을 인정받고 전체 시스템으로 퍼져나가 공유되기 시작하면 그것을 토대로 더 효과적인 방법이 조직 곳곳에서 시도될 수도 있다. 또한 그보다 더 큰 단계의 조직 차원에서 새로운 변화에 탄력을 줄 수 있는 시스템적인 지원도 시도되어야 한다. 따라서 조직은 작은 수준에서부터 큰 수준까지 변화에 적합한 다양한 시도들을 유기적으로 하게 됨으로써 변화에 가장 적합한 방법들을 찾아나가게 된다. 


· 적절한 규칙
창발에 의한 적응적 조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조직이 혼돈의 가장자리에 위치해야만 한다. 혼돈의 가장자리에 위치한다는 것은 조직이 너무 경직돼서 변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조직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유로와서 변화 자체가 체계화 되지 못하는 상태도 아닌 중간 어딘가를 말한다. 
조직의 경직성을 줄여 복잡성을 늘리거나 반대로 너무 혼잡한 조직에 적당한 질서를 가져와서 조직의 복잡도를 자기 조직화가 일어날 수 있는 적정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칙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규칙들은 조직을 너무 엄격히 통제해서도 안되고 너무 방만하게 풀어주어서도 안된다. 대부분의 경우 조직의 비전이나 목적을 기준으로 넘치는 다양성이 제어되어야만 하고 변화의 방향이나 시도를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규칙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적응적 조직을 만드는 것은 조직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외부의 권고에 의하여 혹은 조직 내의 소수에 의하여 만들어진 시스템은 조직의 적응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모든 구성원들에 의해서 원활히 실행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면 월풀(whirlpool corporation)의 경우 5년에 걸쳐 경영 혁신을 이루어 냈다. 혁신 멘토의 양성이나 혁신 프로젝트에 예산을 확보하는 법, 온라인 교육과정, 혁신위원회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고 이는 월풀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들은 많은 기업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이지만 월풀이 다른 기업들과 달랐던 점은 이 변화들이 소수에 의해 만들어진 종합 계획에 의하여 일어난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다양한 시도들을 통하여 불확실성에 적응해 나가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변화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직의 자생적 변화는 단순히 변화 내용을 따라 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 개개인과 조직의 심리적인 부분에서 습관, 이해 등 다양한 차원의 변화가 수반되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변화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이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전략들만 똑같이 한다고 해서 월풀처럼 될 수는 없다.
이러한 변화의 모방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도요타와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의 관계에서 많이 드러나 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수년에 걸쳐 도요타의 비결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도요타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는 없다.

복잡 적응계의 이론을 은유적으로 빌려와서 적용해 볼 때 재미있는 점은 많은 혁신 기업들의 시도가 위의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구글, 스포티파이 같은 혁신적인 IT기업들뿐만 아니라 제조기업, 식품유통 기업들의 혁신 사례에도 맞아떨어진다. 어찌 보면 극심한 환경의 변화가 경영 환경이 된 요즘의 기업들은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이 필수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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