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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해 Feb 12. 2023

ADHD 와 살아내기 (2)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남편이 ADHD라고 진단받게 된 것은 아이가 본격적으로 병원에서 ADHD 진단이 나오면서 부터였다. 인터넷에 있는 자가진단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추가적으로 아이와 남편이 공통적으로 행동하는 부분 몇 가지를 보면 이렇다.    






 

 첫째, 생리적인 현상을 항상 참았다가 급하게 볼 일을 본다. 생리적인 현상은 불안과 관련이 깊다. 딸 아이는 7세 때도 키즈 카페에서 놀다가 갑자기 실수를 한 적도 있다. 놀 때는 소변을 참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할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남편도 결혼하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항상 속옷이 젖어있어서 나중에는 물어봤더니 가끔 실수를 해서 자신이 빨았다는 것이다.  


 둘째,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종종 다른 동문서답을 한다는 점이다. 충동적으로 말을 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충동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쉬지 않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지 않게 말을 한다는 것이다. 명절 때 시댁을 가면 남편은 보통 아이패드를 보느라 정신없지만 시아버지가 안부를 물으면 여당 정권이 너무 좋아졌다는 둥 여당을 비꼬는 말을 늘어놓아서 시아버지가 늘 한소리 하곤 하셨다. (시아버지는 여당편이라는 건 식구들 다 아는 소리인데)     


 셋째, 심리적으로는 피해 의식이 있어서 늘 불평을 하고, 짜증을 많이 낸다. 짜증을 낸다는 게 사실 일반인들의 투덜거리는 짜증과는 좀 거리가 있다. 결혼한 후 초반에는 늘 욕을 달고 살았고 본인은 그 행동이 언어 폭력인지를 알지 못했다. 결혼 10년 차 되면서 같이 싸울 때는 내 언어 폭력이 남편보다 수위를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지만 말이다. 남편이 짜증을 낼 때 본인을 알아봐달라는 심리적 기조가 깔려있다는 것을 아이와 남편을 이해하면서 알게 되었다. 바로 이 문제는 머피의 법칙과도 연관되어 있다. 항상 자신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심리이다.    

  

 몇 가지 또 떠올려보자면 음식을 곧잘 흘리면서 먹거나 지저분하게 먹는다는 점도 있다. 나는 어려서 식사예절에 대해 굉장히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이모는 내가 밥을 남기거나 지저분하게 먹으면 내가 손을 머리에 올리고 몇 분간 벌을 서야하는지 물어보곤 했다. 반찬투정은 꿈도 못 꾸었다. 여름에는 과일즙이 바닥에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서 간혹 남편과 딸 아이가 어디서 어디로 가면서 수박을 먹었는지 추측할 정도였다.      



남편은 아래 자가진단에서 7가지 항목에 해당된다. 


6개 이상 해당되면 ADHD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개똥’은 남편의 별칭이다. 항상 말은 가장으로서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면서 아이가 밤새 아프거나 병원에 가야할 때는 본인이 세상을 지키는 히어로마냥 바쁘다면서 전선에(?) 나가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아플 때 남편이 약 봉투 한 번 건네준 적이 없다. 지금은 ‘그렇구나’ 하면서 살고 있지만 결혼 초에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데이트할 때는 다림질까지 끝낸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서 내가 앉을 때 깔아주더니 결혼 하고 나니 빨래를 걷거나 개도 자신의 빨래만 홀라당 가져가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후식을 먹을 때도 자신의 것만 씻어서 먹고 방으로 들어가길래 신혼 초에는 엄청 싸웠었다. 그런데 그런 본인의 행동은 지극히 ‘개인주의’적 행동이라 결론적으로는 남에게 피해를 안주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런 남편의 개똥적인 철학도 별칭이 ‘개똥’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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